김훈동칼럼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지방분권 개헌은 시대적 소명이다. 중앙에 집중된 권력을 지역주민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조직권을 헌법에 명시하라는 주장이다. 현행 헌법에 지방자치 관련규정은 형식적 수준의 2개 조항 뿐 대부분 법률로 위임되어 있지 않은가. 지역주민들이 삶의 조건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다. 30년 넘게 존치되고 있는 현 헌법은 손질이 불가피하다. 시대여건 변화에 따른 국민의 요구가 다양해졌다. 미국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이 말했다. “죽은 사람이 산 사람에게 권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지난 세대가 다음 세대를 구속하지 못한다. 한번 만들어진 헌법이 영원할 수 없다” 헌법은 시대정신을 담아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시대를 뛰어넘는 일관성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공동체를 규율하는 헌법일지라도 사회변화를 수용하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모든 정당은 집권하면 반드시 금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헌법 개정을 하겠노라고 철석같이 대국민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개헌 논의가 한창이지만 녹록치 않다. 핵심은 지방분권이다. 물론 권력구조개편, 국민기본권 확대도 필요하다. 하지만 핵심은 지방분권 강화다. 지난 20여 년간의 지방자치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지방자치와 분권을 구현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원은 4~5년 전부터 다른 지자체보다 한 발 앞서 지방분권을 주장해 왔다. 수원시는 조례로 광역행정시민협의회와 분권시민협의회를 구성하고 지방재정분권, 지방분권과 지방행정체제개편,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의 방향, 신분권형 자치실현을 위한 미래행정체제와 구조, 지방분권개헌과 국가개조, 왜 분권개헌인가, 지방분권과 대도시 제도, 왜 지방분권개헌이 시급한가? 등의 주제로 국내 이 분야 석학(碩學)들을 초빙해 조찬 열린강연회를 지속적으로 열어왔다. 지방분권을 외쳐온 진원지(震源地)인 셈이다. 아마도 전국적으로 지자체가 이런 이슈로 문제를 꾸준히 제기한 곳은 수원이 유일할 것이라 여겨지기에 그렇다. 최근의 헌법  개정에 반드시 지방분권 조목이 들어가야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지방분권개헌회의체가 전국단위로 만들어지는 단초가 됐다.
“국가는 큰일을 하기에는 너무 작고, 작은 일을 하기엔 너무 크다”고 하면서 “지역주민의 삶과 관련된 행정은 지방정부가 수행하는 것이 맞다”고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은 말했다. 대내외적 요인이 지방분권을 부르고 있다. 과부하에 걸린 중앙정부는 위기대응능력이 부실하다. 무늬만 국민주권이지 지방정부는 손발이 묶여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과세권도 없고 정책기능도 없이 중앙정부의 하급기관화돼 뭐 하나 지역특색에 맞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할 수 없다. 이제껏 지지부진한 지방분권을 헌법 개정을 통해 자치분권공화국이 만들어져야 한다.


 전국을 획일적으로 통제하는 중앙정부의 정책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다면적이다. 지역사회를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지방분권이 절실한 이유다.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기조 속에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삶의 모든 부문은 시장경제화 되고 있다. 지역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제약하면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가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한다는 논리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이젠 지방분권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획일적 중앙통제체제를 탈피해 자율성, 다양화, 창조성을 추구하고 주민투표, 주민소송, 주민소환제 요건을 완화해 책임성 있는 지방자치를 실현해야 한다.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개헌의 주체는 지방이고 핵심은 주민의 관심과 참여와 역량이다. 형식적 지방자치를 벗어나기 위해 아무리 지방분권을 외쳐도 헌법적 보장 없이는 껍데기 일뿐이다. 권력구조를 바꾸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지방분권이 담긴 시민 위한 헌법이야말로 우리 삶을 바꾸는 진짜 개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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