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전시박물관 운영…경기도와 수원시의 지원이 절실하다”

한통복 무궁화전시박물관장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한통복 무궁화전시박물관장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상상캠퍼스 내에 있는 ‘무궁화전시박물관, 이곳엔 한평생을 한지로 무궁화를 만들어온 한통복 관장의 수많은 결과물이 전시돼 있다. 
무궁화전시박물관은 오래된 서울농대 건물 안에 있지만 내부는 깔끔하게 잘 정돈돼 있다. 제1전시관의 [무궁화, 내 마음의 정원], 2전시관의 [무궁화 빛으로 가득한 순간], 3전시관의 [무궁화, 여섯 색을 품은 花], 1유물실의 [무궁화, 화려하게 꽃피우다], 2유물실의 [잠들어 있던 무궁화, 빛을 보다], 특별전시관의 [한지 야생화], 테마관 등을 차례로 돌다 보면 수없이 많은 종의 무궁화 꽃을 볼 수 있다. “세상의 모든 무궁화를 만나다”라는 문구에 걸맞은 벅찬 감동이 전해진다. 국내 유일의 1650송이로 만들어진 태극기 액자 앞에선 마음이 숙연해지고, 70여 종 무궁화 표본엔 각기 다른 특색을 지닌 꽃들이 담겨져 있어 무궁화에 대한 지식을 얻게된다. 야생화 전시관에서는 한통복 관장의 섬세한 손끝으로 재탄생된 엉겅퀴, 민들레, 산오이풀 등 37종의 들꽃들을 관람할 수 있다. 
오로지 꽃이 좋아, 꽃만 찾아다니며, 한지로 꽃의 재현을 이어온 거대한 능력을 갖춘 그는 ‘무궁화는 곧 나라사랑’이라는 굳은 의지와 무궁화에 대한 강한 신념으로, 40년에 가까운 긴 세월을 한지 작업에만 몰두해 왔다. 

무궁화전시박물관 운영, 공익적 차원에서 경기도가 유치하고
경기도교육청이 후원하면 좋겠다!

다음은 한통복 무궁화전시박물관장과의 일문일답.

▲ 무궁화전시박물관 설립 배경은.

처음 이곳에 들어오게 된 건 수원시와 서울대가 MOU 업무협약이 돼서 들어왔다. 수원이 무궁화명품도시인데 다소 무심한 것이 섭섭하다. 무궁화는 전 세계적으로 300여 종이 있고, 색깔은 크게 6가지로 분류된다. 이곳 무궁화전시박물관엔 내가 만든 200여 종의 국내품종이 다 전시돼 있다. 

▲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군 제대 후, 손재주가 있으니 꽃을 만들어 보라는 문교부국장(그 당시 교회 장로)의 권유로 86년부터 꽃 만들기에 전념해 왔다. 전국 곳곳을 다니면서 그 지역의 꽃을 보러 다니고, 들꽃에 관해 연구하여, 한지작가로만 활동했다. 처음엔 너무도 막막해서 산에 가서 꽃을 보고도 어떻게, 무엇으로 만들지 고민했다. 
흔히 볼 수 있는 들꽃들도 앞으론 시간이 가면 생태계 변화로 인해 못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들꽃의 재현은 의미가 깊다. 그동안 860종의 들꽃을 만들었다. 십몇 년 전부터는 산림청에서 무궁화 꽃을 만들어 보라고 해서 천안에서 만들어왔다. 한지에 풀을 매기고, 염색 과정을 거쳐 무궁화 꽃을 만드는 데는 온도와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한지가 오므라들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린다. 한지 수명은 천 년을 가는데 혹여 꽃잎이 말리면 물을 조금 뿌려주면 금방 한지가 펴진다. 보통 한지라 하면 등공예, 고가구 등을 떠올리고, 종이접기·비즈공예 등은 표본과 공식이 있는데 나는 본(本)도 없는 무궁화의 다양한 모습을 그대로 만들어야 한다. 무궁화 꽃 모양을 사실적으로 되살릴 수 있는 재료가 유일하게 한지다. 한지로 꽃을 재현하기 때문에 한지지화 창시작가로 불리우고 있다. 야생화 꽃 모양과 이파리가 다 다르게 생겼다. 몇 달 안에 배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너무 힘들어서 다들 떠나고 남은 제자는 명인 네다섯 명 정도다.  

▲ 올 한 해 사업성과와 현안사항은.
그동안의 사업성과는 아무것도 없다. 2020년 3월, 코로나가 오기 전, 공사를 하고 5월에 개관 예정였는데 코로나로 인해 문을 열었다가 바로 닫는 상황이 지속됐다. 그게 2년 이상 가다 보니 375평 임대료가 1년 치가 밀려 있고, 직원을 둘 수가 없어 모두 내보냈다. 일반인은 물론, 학생 등 관람객이 많았으나 관람료 이삼천 원으론 유지가 너무 힘들었다. 그 당시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 난리를 치니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계속 휴관이라고 봐야 된다.

▲ 운영에 어려웠던 점은 없었는지.
운영이 어려워 입장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수입이 없다 보니 야생화 표본을 일부 팔았다. 전시관 운영 의욕이 다 사라져, 각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도 단 한 번도 응하지 않다가 오늘 처음 인터뷰했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분들과 학교 교장 선생님들도 다 왔었다. 보면서 이 좋은 것을 우리 애들에게 보여줘야겠다고 말하고 갔다. 예전에 시진핑 대통령이 온다고 전시 문제로 오라고 해서 갔는데 그 일도 취소됐다. 박물관을 유지하려면 학예사 및 홍보 기획자가 있어야 하는데 대한민국 하나밖에 없는 독보적인 존재면 뭐 하나. 기관장 한 명을 만나려면 3개월이 걸리고, 만나도 이후엔 깜깜무소식이니 화가 난다. 이곳 전시장이 정치와 무슨 상관이 있나. 어디든 예산이 없다 하니 실망을 거듭, 이제는 내버려 두고 있다. 내 탓이지만 분한 것도 있고, 방법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작가로서는 훌륭했다 해도 제대로 안착시키지 못한 것이 아쉽다. 나는 전시관 운영을 사업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것은 시·도에서 유치, 운영해야 된다.  

100일 동안 매일마다 피고 지는 무궁화의 모습을 담은 표본.
100일 동안 매일마다 피고 지는 무궁화의 모습을 담은 표본.

▲ 무궁화 관련 시민 공모사업이 궁금하다.
시민 공모사업은 없다. 다만 무궁화 꽃은 국가에서 행사하는 곳엔 다 나간다. 광화문에서 축제를 하면 우리가 간다. 현재는 제자들이 터키에서 20일간 전시하고 있다. 천안 공방에서 무궁화를 만들어 국가에 납품하기도 한다. 기막힌 현실은 예전에 대형 쇼핑몰에서 무궁화 관련 행사를 했는데 참석자 10명 중 2명이 무궁화 꽃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 무궁화는 법적으로는 우리나라 공식 국화는 아니지만 우리 겨레의 민족성을 나타내는 꽃이라, 나라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무궁화를 보다 보면 애국심이 생기는 것이다. 이 전시관이 잘 운영되면 무궁화에 대한 국민들 의식이 달라진다.  
 
▲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의 계획은 없다. 내가 50% 기증을 하고, 수원시나 경기도에서 50%에 유치하면 참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무궁화 유물도 여기밖에 없다. 유물 값만 해도 만만치 않다. 한지 무궁화 재현은 세계 기네스북 등재대상이지만 개인이 그걸 해서 뭐 하나. 그저 손 놓고 있다. 

▲ 수원시와 경기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수원시와 협의하고 경기도에서 유치하길 바라는 마음만 간절하다. 이곳은 다른 곳과 다르다. 공익적인 차원에서 경기도가 유치하고, 교육적인 면에서 경기도교육청이 후원하면 좋겠다. 무궁화는 명분 있는 꽃이기에 여러 가능성이 있다. 학생은 물론, 국민들의 나라사랑에 대한 근본정신을 함양하는 데 근원이 된다. 

▲ 수원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시민에게 할 말도 없다. 수원은 학생도 많고 인구도 많아 무궁화를 널리 알리고 싶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운영을 할 수 없게 되고, 그로 인해 손실이 많다 보니 이제는 일어설 힘을 잃었다. 

▲ 좌우명은.
오로지 꽃만 만들고 살아서 좌우명도 없다. 그저 꽃과 한지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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