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서>
“헉헉!” 
오르트에게 쫓기던 태양훈육관장과 수비대가 숨이 턱에 닿도록 달아나 겨우 목성으로 들어갔다.
“미자르 장군,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이만큼 막아 내시느라 많이 힘드셨습니다. 치료부터 받으십시오.” 
3군단장은 진 구축 상황을 재촉하며 점검하는 중이었다.
“10사단은 대적점으로 이동 완료했나?”
“폭풍이 심한 곳이라 진지 구축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공병단을 보내서 지원해.” 
부관의 보고를 받으며 엄청난 병력으로 목성을 향해 밀고 오는 적들을 우주 망원경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남극과 북극점의 자기장을 높여서 놈들 신호 체계에 혼란을 주도록 조정 완료했습니다!” 
1사단장이 자기장을 높이자 앞쪽에서 달려오던 오르트들이 심한 자극을 받아 두통을 일으키는지 머리를 쥐고 서로 부딪치며 넘어졌다.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뒤에서 밀고 오는 오르트들에게 짓밟히며 깔려버렸다.
“오르트들이 500km 주위까지 접근했습니다!”
“3군단 전투태세 발동!” 
미자르 장군은 속이 탔다. 십억 명에 이르는 3군단 전력으로도 오르트들과 전투한다는 것이 시간을 버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군인 오르트들의 진격 속도가 워낙 빨랐다. 장군은 3군단이 진지 구축을 마치지기도 전에 전투태세로 돌입하는 상황에 처해져 입술이 말라 부르틀 지경이었다.
“300km 전방까지 왔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새카맣게 몰려오는 적들을 보며 우주 3군단은 초조감으로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10km 전방입니다.”
“자전 속도를 높여!”
“으아아아아아!” 
윙! 미자르 군단장의 명령과 함께 목성이 엄청난 굉음을 내며 갑자기 자전 속도를 높여 빠르게 돌았다. 사방으로 벌떼와 메뚜기 떼처럼 까맣게 달라붙으려던 오르트들이 사정없이 나가떨어지며 죽어갔다. 팔이 떨어지거나 목이 떨어지거나 몸이 두 동강이 나기도 하며 거대한 탈곡기로 보리 타작하듯이 허공 아래로 오르트들의 죽음이 수북하게 쌓여갔다.
“이이이런, 미자르 네 놈의 사지를 찢어놓으리라!” 
오르트 대제가 부하들의 무수한 주검을 보고 극도로 분노하며 흑빛 유니콘을 타고 목성 가운데를 향해 달려갔다.
“대제다. 쏴라!” 
3군단의 화력들이 불과 빛을 뿜었다. 하지만 빛보다 빠른 흑빛 유니콘은 쾌속으로 피하며 날고 달렸다.
“아이고고, 나 죽네.” 
다만 오르트 대제의 어깨 위에 앉은 왕눈깔만 사색이 되어 대제의 어깨를 오줌으로 적시고 있었다. 오르트 대제는 광선검을 휘두르며 목성의 적도를 향해 곡예하듯 날아갔다. 10사단이 대적점에서 집중 공격을 가했지만 레이저 광선들은 신출귀몰하는 대제의 옷깃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이얍!” 
대제는 적도의 흰 줄무늬에 광선검을 힘껏 찌르더니 목성의 자전 반대 방향으로 유니콘을 달렸다.
“좌악!”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이 오르트 대제의 광선검을 따라 폭포수처럼 하얀 빛을 흘리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목성이 수박 갈라지듯 쩌억 갈라졌다.
“와와와!”
“막아라!” 
목성으로 독이 오를 대로 올라 달려드는 오르트들과 우주 3군단의 대난전이 펼쳐졌다. 오르트들은 광선총과 활 그리고 칼과 갖가지 무기를 들고 육탄전으로 덮쳐왔다.
“6사단입니다. 지원 병력을 보내 주십시오!”
“여기는 17연대, 무기가 떨어졌다!”
“아, 아. 들리는가? 대답하라!” 
목성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오르트들이 가운데로 공격해 들어와 목성의 밖을 향해 구축해 놓았던 진지들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우주 군단의 정예군인 3군단의 전투력은 쉽게 몰살당하지 않았다. 뒤로 밀리면서도 방어를 포기하지 않아 오히려 숫자만 믿고 달려드는 오르트들의 희생이 더 많았다.
“미자르, 이놈 어디 있느냐?” 
보다 못한 오르트 대제가 3군단장을 찾아나섰다.
“장군님, 피신하십시오. 적장은 아무리 죽이려 해도 죽지 않습니다.” 
광선총은 오르트 대제의 갑옷을 뚫지 못했고, 광선포로 쏘아도 흑빛 유니콘이 레이선 광선보다 빨라 적중 시킬 수 없었다. 부관들은 미자르를 지하 벙커로 급히 숨겼다.
“겁쟁이, 미자르는 나와라!”

■ 불 꺼진 태양
“3군단장 나와라.” 
알마크가 지하 벙커에서 지휘하고 있는 미자르와 통신을 시도했다.
“총사령관님, 미자르입니다.”
“현재 7군단 선두가 협곡으로 진입하고 있네. 그쪽 상황은 어떤가?”
“최선을 다해 막고 있지만 고전하고 있습니다.” 
미자르가 보고하고 있는 동안에도 지상은 사방 곳곳에서 파괴되느라 폭음과 함께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적의 병력 규모와 전력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지난번에 보고 드린 오르트 수보다 두 배가 넘는 것 같고, 무기도 상당 수준 갖추고 있습니다.”
“쾅!” 
벙커로 들어오는 문 쪽에서 폭발하며 불길이 치솟았다.
“총사령관님, 오르트들이 이곳을 발견한 것 같습니다.”
“배수진을 치지 말고 전략적 판단에 따른 작전을 펼치게.”
“알겠습니다. 통신 완료!” 

미자르 장군은 은폐시켜 놓은 우주 3군단 모선으로 들어가 비상 작전을 준비하였다. 그는 핫라인으로 사단장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불꽃놀이!” 
이 작전은 모든 것을 폭파하거나 태우고 퇴각하는 배수진 바로 전 단계였다.
“설치를 마친 모든 병력을 각 비행선에 탑승시키도록 하라!”
“모든 사단 탑승 완료했습니다.” 
3군단은 우주 기계화군이었다. 백마 기병들과 달리 작은 비행선 한 대에 5인 1조가 되어 비행하며 적을 제압하는 전술과 전투력을 가진 군단이었다.
“3군단, 이륙!” 
3군단의 숨어 있던 비행선들은 모선과 함께 미자르 장군의 짧은 명령 한 마디에 동시다발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콰과과과과, 쾅, 쾅, 쾅!” 
3군단 병사들에 의해 오르트들 모르게 땅에 묻어 두거나 곳곳에 부착해 놓은 폭발물들이 한꺼번에 터졌다.
“으아, 뜨거워!” 
목성은 온통 불바다가 되었고, 수많은 오르트가 불길 속에 갇혀 아우성을 쳤다.
“공격하라!” 
3군단 비행선들이 말벌처럼 날아다니며 목성에서 살아나오는 오르트들을 공격해 댔다. 오르트들이 당황하여 이리저리 도망치다 죽는 자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거대한 검은 물결처럼 에워싸며 나름대로의 무기로 공격해 오는 오르트들을 물리치기에는 턱없이 힘이 부쳤다. 비행선이 한 대 두 대 추락되더니 점점 늘어나 절반 이상이 줄었다. 급기야는 두 쪽으로 갈라진 목성을 중심으로 새카맣게 둘러싼 오르트들에게 우주 3군단은 섬처럼 갇힌 형상이 되었다.
“군단장님,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마지막 단계를 선택해 주십시오.”
“미안하다. 그렇게 하고 싶지만 우주를 지켜야 해.” 
미자르는 7군단과 2군단이 우주 협곡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3군단의 희생을 참고 견디는 중이었다. 그 두 군단이 들어오기 전에 오르트가 태양계를 점령하고 동쪽 협곡을 뚫으면 우주 대재앙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오르트의 전력으로 우주 대해를 침공해 들어가면 우주 전 군단으로도 승산이 없어 보였다. 온 우주가 오르트 대제의 검은 손아귀에 들어가게 된다는 가정이 현실로 닥치고 있었다. 그동안 알마크가 보고 받았던 것보다 훨씬 많은 백억이 넘는 병력을 가졌을 것 같은 두려움에 미자르는 떨렸다. 그의 각오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우주 협곡에 오르트를 가두고 막아야만 했다.
“대제 전하, 3군단 놈들을 완전히 섬멸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포위된 상태에서도 항복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싸우려 하는 것 같습니다.” 
오르트 야전군 사령관이 땀을 흘리며 보고했다. 
“이케로, 별들은 고로콤에게 시켜 점령할 테니 이곳에서 지체하지 말고 동쪽 협곡으로 쉬지 말고 진격해.” 
“동쪽 협곡 안으로 진입하는 적군이 있다는 정보입니다.” 
그때 대장 군관 고로콤이 급히 나타나 보고했다.
“이케로, 서둘러! 그리고 지구는 절대 건드리지 마! 고로콤도!”
“옛! 옛!” 
오르트 대제는 힘주어 명령을 내렸다.
“오르트들이여, 동쪽으로 쉬지 말고 진격하라!” 
야전 사령관 이케로는 수십억의 오르트를 이끌고 목성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목성 3군단과 대치하는 일은 고로콤의 후방 오르트들에게 맞겼다.
“왕눈깔, 동쪽 협곡에 가서 알아보고 와.”
“알겠습니다요.” 
대제의 어깨 위에 앉아 있던 왕눈깔이 동쪽을 향해 날아가며 대장 군관을 힐끔 보았는데 고로콤의 표정이 벌레 삼킨 표정이었다. 이케로가 이끄는 오르트들은 맹수들처럼 협곡을 내달리며 동쪽으로 진격했다. 가끔 태양 수비대들이 저항해 왔지만 사냥개 대여섯 마리가 호랑이 사오십 마리에 달려드는 것과 같았다.
“화성입니다. 부하들에게 군것질이나 한 번 시키시죠?”
“이 자식! 누구 옷 벗는 거 보고 싶어?” 
부관이 농담으로 말했다가 이케로의 구둣발에 사정없이 무릎이 까였다. 
“어떤 별에도 들어가는 자는 총살형이다. 무조건 동쪽 협곡으로 가라!”
“와와.” 
협곡 가득 먹장 구름먼지를 일으키며 오르트들은 동쪽으로만 내달렸다. 
“아유, 저토록 맛있게 생긴 예쁜 별을 그냥 지나가다니, 쩝!” 
야수들의 눈에도 지구별은 매우 아름답게 보인 것이다.
“죽고 싶어?”
“아닙니다요. 무조건 달려갑니다용.” 
무릎 차인 부관이 총을 들이대자 곁눈질로 지구를 탐하던 부하들은 꽁지야 빠져라 하고 맨 앞으로 달려 나갔다. 지구를 지나고 금성을 지나고 수성마저 지나자 심장처럼 쿵쿵 뛰는 거대한 태양이 나타났다.
“대제 전하, 태양을 그냥 두고 진격하기에는 뒤가 찜찜합니다.” 
이케로의 보고에 오르트 대제도 잠시 생각을 멈췄다.
“진격을 멈추지 말고 쓸어버리면서 지나가!”
“옛!” 
<다음호에 계속>


이중삼 작가 
이중삼 작가 

충북 충주 살미 출생. 시(詩)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원문인협회 회원. 시집= '아스팔트 위의 노루' '세상에 여자가 그 사람뿐이냐고 물으면' '꽃대' 3권 출간, 소설= '하늘바라기' '노크' 2권 출간, 우화= '2600년 후 이솝우화 그 다음 이야기' 4권 출간, 어른동화= '시간의 지평선 너머' 대서사 장편 탈고, 감성 스케치= '아주 사소한 것들' '그리움의 빈집' '예술의 하울링' 등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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