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 · 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김훈동 시인 · 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수원화성문화제는 정조시대의 역사를 밑자리 삼아 형성되고 발전되어 왔다.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근거로 도드라진 축제를 만들어 60년간 지역문화의 틀을 잡았다. 문화제의 지층과 무늬는 다양하다. 예술적 가치도 미학적으로 밝혔다. 지역문화의 전통을 이어오는 것 못지않게 새로운 문화적 전통을 창출했다. 수원화성문화제 60돌을 맞아 화성행궁 특설무대에 올린 개막공연으로 ‘창극 수원판타지-자궁가교’가 바로 그걸 보여 주었다. 조선22대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선물한 ‘자궁가교(慈宮駕轎)’를 모티브로 삼아 판소리, 무용, 오케스트라 연주, 합창, 영상, 드론쇼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융합하여 창극으로 무대에 올려져 갈채를 받았다. 수원만의 독창적인 문화 창조력을 발휘하여 새로움을 보여 준 작품이다. 수원이 지닌 문화를 아우르는 쾌작(快作)에 박수를 보낸다.

수원화성문화제 60년의 가치는 실로 크다. 그간 수원시민에게, 수원을 찾는 관광객에게 수원만의 문화를 읽고 체험하며 눈을 뜨게 했다는 점이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제60회 수원화성문화제는 시민의 참여를 넘어 시민이 주도해 준비한 축제”라며 “정조대왕의 정신을 녹여낸 수원화성문화제의 주인공은 단연 시민”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 함께 동행하는 삶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동락(水原同樂)이다. 시민들이 축제를 구상하고 축제를 추진하여 스스로 축제 활동에 직접 출연하는 축제가 됐다. 시민 모두가 문화적 자긍심을 갖기에 충분한 문화축제였다.

문화는 사회 갈등을 완화하는 사회통합의 열쇠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지역문화를 지키고 즐기는 사람이 주인이다. 축제는 시민들의 것이자 시민들에 의한 것이며 시민들을 위한 것이다. ‘시민들의 문화’라는 것은 시민들이 문화를 전승하며 공유하는 주체라는 뜻이다. ‘시민들에 의한 문화’라는 것은 시민들이 문화를 누리면서 한층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꾸려간다는 말이다. 시민들이 문화생산 주체이자 문화전승 주체이고 문화향유 주체라는 것이다. 지역문화는 일정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야 독자성을 확보할 수 있고 존재 의의(意義)를 갖는다. 수원화성문화제의 백미(白眉)로 평가받는 정조대왕능행차 공동재현은 5개 지자체가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총거리 59.2km에 이르는 대한민국 최대 왕실 재현 퍼레이드다.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의거 서울 창덕궁을 출발하여 수원화성을 거쳐 화성 융릉까지 진행된 수도권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전통을 이어 미래를 여는 문화 진흥의 꽃을 피웠다.

수원화성 일원에서 3일간 펼쳐진 제60회 수원화성문화제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의 발길을 멈추게 해 감동을 주었다. 전통과 문화를 한껏 살렸다. 지역문화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수원은 그저 수원이 아니다. 특례시(特例市)다. 다른 도시와는 다르고 달라야 한다. 낡은 정치를 버리고 새로운 꿈과 이상을 펼치고 싶은 정조대왕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루고자 한 개혁도시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문화자원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어 세계로 뻗어가는 문화 글로벌 도시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문화와 예술이 잠들지 않는 도시로 ‘수원을 새롭게’ 만들고 ‘시민의 삶이 빛나게’ 해야 할 것이다.

머물면 안 된다. 과거에 매몰(埋沒)돼서도 안 된다. 이제껏 하던 축제의 껍데기를 벗어 던지지 않으면 결코 전통의 알맹이에 다가설 수 없다. 60주년의 무게를 현실감 있게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때맞춰 수원문화원이 주최하여 ‘수원화성문화제 60년의 어제에서 내일의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갖는다. 수원화성문화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방안과 가능성을 논하는 자리다. 바람직하다. 물론 시민들의 꿈이 담긴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관광객의 눈과 귀를 붙들었다. 행궁 광장을 지켜보고 있는 여민각(與民閣)에 걸린 종은 누군가가 종메로 힘껏 때려주기만을 기다린다. 그때서야 종은 제 존재의 소리를 내게 된다. 수원화성문화제 60년의 상찬(賞讚)도 필요하겠지만 쓴소리가 가감 없이 나와야 새로운 길이 보인다. 과거 지향적인 문화에서 미래 지향적인 문화로 나아가는 것이 마땅하다.

저작권자 © 새수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