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更子年) 새해가 훤하게 밝았다. 숫자 2020년이 보기도 좋고 어감도 왠지 좋게 다가온다. 그런 느낌과 설렘만큼 올해는 우리 모두 희망찬 새해가 됐으면 좋겠다. 125만 시민들이 ‘특례시’를 그렇게 열망했는데도 20대 국회는 정쟁(政爭)만 일삼다 한발국도 진척이 없어 못내 아쉽고 실망스럽다. 반드시 이뤄내야 할 수원시의 과제다.


늘 새로움을 시도하는 염태영 수원시장이 2020년 경자년에 내놓은 화두(話頭)가 ‘새로 고침’이다. 낱말이 신선하다. “관행처럼 일상이 된 사업과 조직을 새롭게 뜯어고치겠다는 각오로 예산기조를 새롭게 하고, 재정계획을 원점에서 다시 고쳐 쓰겠다.”며 “미증유(未曾有)의 재정위기가 닥칠 2020년을 재정기틀을 처음부터 바로 잡는 해로 삼겠다.”고 밝혔다.

수원시 재정은 반도체 경기부진과 일본 수출규제 등 예상치 못한 경제 환경변화로 자주재원인 지방소득세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재정위기를 근원적으로 관리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올해도 수원시는 할 일이 많다. 25년 동안 유지된 불교부단체에서 부족한 예산을 지원받는 교부단체로 전환됐다.

수원시 예산규모는 해마다 늘어나지만 중앙과 광역에서 시행하는 매칭사업의 보조를 맞추느라 정작 시장이 추구하는 시정철학을 담은 사업은 제대로 추진하기가 어렵다. 배정할 예산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가용재원이 턱없이 줄어 들었다. 지방세 감소와 복지재정 확대 등으로 올해 편성된 2조8099억 원 규모의 예산을 새로 고쳐 쓰겠다는 의지는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줄어든 지방세 대안 찾기에 나서야 한다.


 2020년을 맞아 지자체뿐만 아니라 재계(財界)의 공통된 관심은 변신(變身)이란 낱말로 요야 된다. 사업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묵은 관습, 조직, 방법 등을 적절한 방법으로 새롭게 바꾸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만족스럽지 못한 것을 고치는 이노베이션(innovation)이 필요하다.

관료주의의 특성상 조직자체가 파멸할 만한 위기에 직면하고 그 위기감이 공유되지 않으면 무시하거나 배척해 버린다. 사람의 본성은 뜯어고치거나 혁신을 싫어하고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것이 훨씬 편하게 생각한다. “자기 부서나 사업을 확장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 기관은 아직 발명되지 않았다.” 제프리 메가기가 한 말이다. 발명은 단순히 발견되어 만든 결과다. 하지만 혁신은 새롭게 창출되어 기존 가치의 결과가 아니다.

기존에 하던 방법을 더 열심히 해서 얻은 성과는 혁신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방법을 새롭게 하거나 고치든 간에 뭔가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일일신우일신(日日新又日新)” 유교 경전 대학(大學)에 나오는 글이다. 간결하면서도 의미가 깊은 옛말이다. 매일 새롭게 하면 새로운 것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새롭게 출발하면서 단단한 마음가짐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자세를 견지하면 예기치 못한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다. 경자년 수원시의 새로운 화두인 ‘새로 고침’을 방해하는 요인을 과감하게 제거해야 성공할 수 있다. 전시행정이다. 기존에 없었던 단어를 넣으면 혁신이 일어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슬로건이나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 붙이면 새롭다고 여겨진 것도 같은 예다. 뭔가를 바꿔야겠다는 혁신의 의지는 스스로 일어나야지 주변의 강요가 있어서는 안 된다.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서열 등으로 의견을 찍어 누를수록 혁신은 줄어든다. 성공해도 보상이 없으면 안 된다. 인사부서에서 의도적으로 만남을 주선하거나 토론을 여는 등 혁신의 기회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새로 고침’의 화두는 성공할 수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주변은 바뀌고 있다. 서로 다른 직군(職群)의 부서 끼리 같은 문제에 대해 토론하면 평소에 보지 못했거나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깨닫기 쉽다.

새해 벽두(劈頭)에 수원시정의 수장(首長)인 염태영 시장이 내놓은 ‘새로 고침’이 일회성 포말(泡沫)로 끝나지 말고 시정전반에 혁신이 일어나 확실한 성과로 꽃피우길 기대한다.

시인. 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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