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 · 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김훈동 시인 · 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오늘날 우리 삶을 유지시키는 것이 미디어(media)다. 미디어는 ‘중간의’ 또는 ‘매개하는’ 뜻을 가진 라틴어 ’medius‘에서 유래한다. 하루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사람들에게 컴퓨터와 인터넷 즉 미디어는 작업을 위한 필수장치이자 사회적 행위를 가능케 하는 매개체다. 뉴미디어 시대에 사용자와 미디어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아담한 한옥으로 지은 ’수원시미디어센터‘가 창룡문 성곽 옆에 문을 열었다. 연면적 2,512㎡에 지상 3층 규모로 현대적 시설이다. 문을 들어서면 상영관에 있고 완벽한 영상과 소리, 라디오 스튜디오가 위용을 자랑한다. 수많은 종류의 미디어 관련 장비가 비치되어 대여할 시민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2층은 크고 작은 디지털교육실이 잘 꾸며져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3층은 세미나실, 미디어아트 전시실 등이 있고 서장대가 바라다보이는 회의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필자가 방문하여 곳곳을 들여다보며 담당자로부터 설명을 들으니 수원특례시민으로서 뿌듯했다. 미디어 시대에 시민들을 특화한 시설이라는 느낌이라서 그랬다. 전국 미디어센터 중 유일하게 4K 디지털 영사기와 7.1채널 서라운드 입체음향 시스템을 갖춘 상영관에 앉아보니 안락한 느낌을 받았다. 특화된 독립영화관으로 정기적으로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대학생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단편영화를 공모하고 있다. 제작에 드는 자금과 촬영장비, 편집시설 등 영화제작 인프라를 제공하고 전문가의 피드백을 통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열정을 가진 젊은 세대가 도전할 충분한 가치가 있을 듯하다. 수원에서 40% 이상 촬영하고 러닝타임 15분가량의 단편영화다. 채택된 작품은 상영관에서 시민들에게 보여줄 예정이다.

일찍이 마셜 맥루언(Marshall Mcluhan)는 “미디어는 메시지”라고 언명했다. 모든 미디어는 인간의 심적 혹은 신체적 능력의 확장이며 전자 미디어가 인간의 감각이나 사회를 변하게 하는 측면을 강조했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미디어=메시지’이기에 같은 스토리도 어떤 이동 수단(media)에 실려 어떻게 표현되느냐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지금은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시대다. 원천 스토리가 다른 매체를 타고 바뀌면서 이야기 세계는 무한히 확장된다. 미디어는 변한다. 그에 따라 스토리텔링도 변한다.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미디어 풀랫폼 전쟁 속에서 수많은 영상콘텐츠가 넘치고 시청자의 입맛은 날로 까다로워지고 있다. 젊은 세대일수록 OTT(over the top) 이용률이 높기 때문에 세대에 따른 플랫폼 전략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LED 벽면과 호리존을 갖춘 4K영상 스튜디오는 지자체 미디어센터 중 수원이 유일한 최신시설이다. 전문 소리녹음은 물론 실시간 편집이 가능한 소리 스튜디오가 갖춰져 있다. 옆 공간에는 실시간으로 영상 송출을 할 수 있는 라디오 스튜디오가 있다. 시민들을 위한 최고의 촬영⦁조명⦁음향 장비를 보유하고 있어 얼마든지 원하는 미디어를 제작할 수 있다. 수원의 미디어 거점 공간으로 흠잡을 수 없는 시설이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미디어에 관심을 갖고 접근하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시민들이 쉬어가며 상연관에서 영화를 시청하고 다양한 미디어 활동으로 삶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가야 한다.

미디어는 전문 영역이다. 미디어라는 단어 자체가 “딱 이거다”라고 말하기 어렵다. 어느 한 카테고리에 묶기가 어렵고 포괄적이다. 기기(器機)를 다루는 분야이기도 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미디어와 삶은 어떤 관련이 있고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하여 삶의 질을 높여 행복하고 즐거운 날을 보낼 수 있을까를 제시해 줘야 한다. 이를 위해 미디어 교육과 미디어 현장 체험, 마을 미디어 활성화, 시민 콘텐츠 제작을 유도하는 등 미디어 마니아를 만들어 가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미디어 환경도 변하고 있다. 기술이나 예술이나 새로운 것이 살아남는다. 모든 기술은 사용자나 감상자에게 새롭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기회를 얻어야만 성장과 안착의 기회를 얻게 된다. 수원시미디어센터는 각계각층 시민들이 미디어를 통한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새로운 시설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 기회가 제공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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