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겸 (시인,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정겸 (시인,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얼마 전, 모 기초자치단체에 근무하는 후배공무원이 멘토링을 요청해 왔다. 아마도 필자가 광역자치단체에서 오래 근무했고 인사업무와 관련하여 다양한 경험이 있다고 주변에서 추천을 한 것 같다. 이야기인 즉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부터 선거에 도움을 준 캠프직원이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 되었는데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긴 것이다. 흔히 어쩌다 공무원이라 해서 ‘어공’이라는 속어를 쓰고 있는데 그것은 옳지 않다. 그들은 분명 임기제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특별 채용된 임기제 공무원들을 통상적으로 전문가 집단이라고 하는데 자치단체장의 보좌, 그리고 정책에 대한 자문과 가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세 공무원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이들은 대개가 선출직 자치단체장과 정치적으로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가신 그룹이다. 따라서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 계획 수립과 집행 방법에 대해 일반직 공무원들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임기제 공무원들은 주어진 기간과 시간 내에 주민들이 원하고 갈망하는 민원을 즉시 처리해 자치단체장의 성과물을 주민들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래야만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으며 이것은 곧 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본인들이 모시는 자치단체장의 활동적 행보로 재선은 물론 더 큰 뜻을 품을 수 있는 강건한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직 공무원들은 항상 원칙에 입각하여 업무를 추진한다. 전문가 집단인 임기제 공무원들은 단체장의 지시라며 빠른 성과를 주문하지만 일반직 공무원들은 제반 법규와 제도적 매뉴얼에 의거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 나간다. 예산이 어떻고 관련법이 어떻고 하며 계획된 일이 지연되기 일쑤다. 이쯤 되면 임기제 공무원들은 속이 답답해지며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내가 어떻게 만든 주군인데…" 라며 일반직 공무원을 원망하며 몰아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요 갈등 요인은 무엇일까? 임기제 공무원들은 결과에 치중한 목표 지향적인 반면, 일반직 공무원들은 각종 제도와 사례를 근거로 한 절차와 추진 과정, 수단을 매우 중요시한다. 이런 가운데 양측 간에 괴리와 오해가 발생되고 대립국면까지 치닫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임기제 공무원들은 본인들의 정책과 시책에 반하는 일반직 공무원들을 혁신의 의지가 없는 진부하고 식상한 행정을 펼친다며 저항 세력이나 무사안일, 복지부동 혹은 적폐세력으로 분류해 인사권을 남용하는 사례까지 발생한다. 인사권 남용은 비단 이것뿐만 아니다. 자치단체장이 교체되었을 경우 아무 잘못이 없음에도 이념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방공무원법상 전보제한 기간이 있음에도 예외 조항을 악용 마구잡이 인사를 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에는 인사위원장인 부시장이나 부군수가 컨트롤해야 하는데 그들도 일반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자치단체장의 배경을 가지고 있는 실세들의 눈치를 보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 집단이라 하는 임기제 공무원들은 법적 책임감 없이 민생을 실험대에 올려놓고 성공하면 내 공적이요 실패하면 네 탓이다. 결국 이들은 임기를 채우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일반직 공무원들은 남아서 감사를 받고 법적 책임까지 져야 한다. 필자는 상담요청을 한 후배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주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7조에 의하면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따라서 모든 공무집행은 법규와 제도라는 원칙에 의거 행해야 한다고, 그렇게 되면 일시적 불이익은 받을 수 있어도 향후 법적으로 구제 될 수 있다” 고 조언 했다.

옛 선인들은 열흘 동안 붉은 꽃이 없다는 뜻으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이는 어쩌면 권력무상을 의미하며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과 맥락을 같이한다.

평생의 권력과 영원한 권세가는 없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화려했던 꽃잎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환하게 세상을 비추던 보름달은 사라져 어둡고 컴컴한 그믐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요 진리니 우리는 오로지 세상에서 가장 평범함 법규인 인간으로서의 도리(道理)를 지키며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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