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서>
키드라는 해적 두목의 체면은 없고 울상이 되어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부하들이 다 죽게 된 일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것이다. 
“하델이 부탁한 것도 못 들어 주게 생겼데이.”

■ 24개의 달
“가장 나쁜 선택을 하게 되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시리우스가 고민만 하고 있는 키드라 앞에 앉아서 시계를 바라보고 있다. 오르트가 서쪽 협곡의 저지를 뚫기만 하면 해왕성을 휩쓸고 천왕성을 초토화시키는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토성과 목성까지 갉아먹으면 동쪽 협곡까지 오는데 사흘 낮밤도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지구로 들어가면 살 수 있을까요?”
“기적을 바랄 수밖에 없어요.” 
시리우스의 말에 생사를 묻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키드라도 알고 있다. 알면서도 키드라가 매달리는 것은 실패할지 모르는 두려움의 고통을 덜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럼 뒷날 이 날의 이야기를 잊지나 말아 주십시오.”
“도르르르르.” 
협상장에서 굳은 결심을 하고 키드라가 나간 뒤, 통신 보안 상태로 미자르 장군으로부터 직접 전화가 걸려왔다.
“진군 명령을 미룰 수 없는 상황입니다. 1시간 안에 협상을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흐음.” 
시리우스는 숨이 탁 막힐 때 나는 짧고 무거운 한숨을 토했다.
“오르트가 목성을 넘는 날이면 우주 협곡은 그들의 수중에 떨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 오르트가 서쪽 협곡을 뚫고 대거 들어오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알았어요. 그런데 어떤 일이 있어도 해적들과 지구를 공격하면 안 돼요. 부탁입니다.”
“왜죠?”
툭! 시리우스는 설명하지 않고 끊었다.
“도르르르.” 
다시 전화가 왔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미자르가 이유를 듣게 되면 그도 이번 납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었다. 시리우스는 협상장을 나와 눈빛보석과 은교가 있는 동굴로 향했다.
“모두 제독별로 옮겨 타라!”
“빨리 빨리 서둘러!” 
23개의 해적 위성에서 두목별인 키드라별로 모두 웅성거리며 건너왔다. 동굴 문은 열려 있고 찌라시와 해적 부하들도 키드라별로 옮겨가 한 명도 남지 않았다. 
“헤헤, 재미있다.” 
튜브공은 스노가 차며 놀고 있고 눈빛보석과 은교는 밖으로 나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너희가 말한 대로 지구로 간다.”
“감사해요.” 
그동안 은교는 눈빛보석이 다독여 주어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되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Nn11, 우주 경비선을 이곳으로 이동해 줘.” 
우주 경비선이 동굴 문 앞에 착륙하자, 시리우스는 눈빛보석과 은교 그리고 스노와 함께 올라탔다.
“이거 내 공이야.” 
스노는 튜브공을 탕비실로 가지고 들어갔다.
“어머!” 
은교가 놀라며 눈빛보석의 등 뒤로 붙었다.
“왜 그러지? 저 놈.”
“악!”눈빛보석은 여섯그만을 보자마자 주먹을 날렸다. 부리 절반이 부러졌다.
“아구구.”
“내 앞에 나쁜 짓으로 또 다시 눈에 띠면 용서 않겠다고 했지?”
“한 번만 더 살려 줘. 다시는 안 그럴게.” 
여섯그만은 주둥이를 움켜쥐며 기둥 뒤로 달아났다.
“나와!”
“착하게 살 기회를 줘.” 
눈빛보석은 죽여 버리려 했지만 은교가 말렸다.
“너 데네브가 살려 줬어.” 
눈빛보석은 손을 탁탁 털고 은교를 안심시켰다.
“Nn12, 해적별들에게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를 지구 중심으로 맞춰 놓고 와.” 
시리우스는 계산한 숫자표를 주며 지시했다.
“그런데 저 놈을 달에 가두어 두면 어떨까요?”
“그럴까.” 
Nn12는 비행선을 타고 해적별 위성마다 돌아다니며 운행 주기를 맞추었다.
“너 나 몰라? 이 새끼, 동작 봐라. 똑바로 못 서!” 
여섯그만은 Nn12가 주기표를 맞추는 동안 위성마다 몇 명씩 남겨진 부하들을 발로 차고 괴롭혔다. 
“휴우,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나는 역시 운이 좋단 말이야.” 
두목별 가까이 지나갈 때는 키드라에게 들킬 뻔했다.
“이 달을 지키며 네가 왜 홀로 격리될 수밖에 없는지 반성해라.”
“먹을 것이나 좀 넉넉히 놓아두고 가슈.” 
Nn12는 마지막으로 여섯그만을 달 분화구에 가두고, 우주 경비선으로 귀환했다.
“우주 군단이다! 달아나!” 
3군단이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며 우주 협곡 입구로 진군하고 있었다. 그러나 해적별을 향해서는 발포하지 않았다.
“키드라 제독님, 어서 서두르세요.”
“예, 그럼 시리우스 교수님만 믿고 지구로 갑니다.” 
키드라 별이 지구를 향해 달아나자, 23개의 해적별 위성이 뒤따라 도망쳤다. 키드라별은 하델의 부하들이 하던 방법으로 적도를 째고 들어가 태평양 한가운데 깊은 바닷속으로 서서히 가라앉았다. 쓰나미가 생기지 않게 하려고 조심해서 추락했던 것이다. 해적 위성들은 23의 달이 되어 지구를 돌기 시작했다. 
“우리도 지구로 간다.” 
우주 경비선도 서둘러 지구로 향했다.
“지구는 갖가지 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보석별이야.”
“슬픈 감옥별이라는 것이 믿을 수 없어.” 

<다음호에 계속>


이중삼 작가 
이중삼 작가 

충북 충주 살미 출생. 시(詩)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원문인협회 회원. 시집= '아스팔트 위의 노루' '세상에 여자가 그 사람뿐이냐고 물으면' '꽃대' 3권 출간, 소설= '하늘바라기' '노크' 2권 출간, 우화= '2600년 후 이솝우화 그 다음 이야기' 4권 출간, 어른동화= '시간의 지평선 너머' 대서사 장편 탈고, 감성 스케치= '아주 사소한 것들' '그리움의 빈집' '예술의 하울링' 등 탈고

저작권자 © 새수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