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 · 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김훈동 시인 · 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정원 가꾸기는 가장 느린 공연 예술이다.”맥 그리스월드(Mac Griswold)의 말이다. 나무를 심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일은 마치 자연이라는 무대 위에서 펼치는 예술과 같다는 뜻이다. ‘더 살아있는 자연을 시민의 일상 속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수원수목원이 문을 열었다. 동수원권에 영흥수목원, 서수원권에 일월수목원이다. 일월수목원은 381,770㎡에 74,216백만원이 투자되어 2,016종의 식물문화중심으로 조성됐다. 영흥수목원은 501,937㎡부지에 620억원을 투입하여 1.084종의 정원문화보급형으로 꾸며졌다, 생활 속 정원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만든 전시형 정원이다. 문을 연 두 곳의 수목원은 수원의 허파 기능을 할 듯하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자연을 지극히 사랑하여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회귀본능이 잠재되어 있다. 일월⦁영흥 수목원은 시민이 즐겨 찾는 정원이고 가꾸는 이는 하늘이다. ‘나 여기 살고 있어요’하고 표 내지 않았기에 있는지 없는지 모를 꽃술에 사뿐히 내려앉아 꽃등애, 꽃가루 경단을 만들며 꽃 속에서 뒹굴어 대는 꿀벌, 나비 같은 곤충과 아름답게 지저귀는 새들도 있다.

삭막한 일상생활에서도 첨단 문명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은 천혜의 자연에서 잠시나마 쉬고 싶은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자연생태계는 늘 그곳을 지켜온 인간의 삶이 있다. 나무는 공기 중에 있는 여러 가지 오염 물질을 제거해 준다. 나무 한 그루가 이산화탄소를 연간 5kg이나 흡수한다. 초록 생명을 품고 있다. 미세먼지, 생활 쓰레기 등으로 환경오염이 증가하고 있다. 수원수목원은 생명을 연장시켜 주는 귀중한 보호막이다. 자연을 보호해야 살아갈 수 있다. 숲을 파괴하는 것은 도시를 망치는 것이다. 숲을 조성하는 것은 도시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수원시가 다른 도시와 다르게 도시의 비어있는 공간 곳곳에 작은 ‘손바닥 정원’으로 채워 도시 전체가 수목원이 되게 가꾸자.

“가시 돋친 몸으로는 누군가를 껴안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뭔가를 사랑하기 위해선 내 마음에 가시처럼 미워하는 마음이나 원망하는 마음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볼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변화무쌍한 일월⦁영흥수목원은 언제나 변함없이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우직한 시민들의 친구가 될 것이다. 1000여 종의 다양한 수종(樹種)으로 사시사철 변화하는 식물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듯해 반갑다. 수원특례시가 추진하는 ‘손바닥 정원 만들기’에도 두 수목원은 시민 생활 속에 정원문화가 스며들게 하는 데도 일조하리라 본다. 아름다운 도시 정원문화의 플랫폼으로 작은 공간을 어떻게 하면 아름답고 효율적으로 사용할까. 그 답(答)은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손바닥 정원’이다. 손바닥 정원은 시내 곳곳에 있는 마을 공터, 자투리땅, 유휴지 등 도시의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다. 그곳은 식물이 주인이 되는 공간이다. 시민들의 감성(感性)을 건드려 머물고 싶은 수목원이 돼야 한다.

식물이 조화롭게 식재된 수원수목원은 감상하는 시민이 주인이 돼야 한다. 필자가 방문한 일월⦁영흥수목원은 ‘쉬고 싶은 수목원’, ‘내 집 같은 수목원’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도시의 삶에 지친 현대인들은 누구나 자연을 꿈꾼다. 꽃과 나무가 위로를 건네는 공간, 시민의 삶과 함께 할 수 있는 수목원이면 다 바랄 게 없을 것이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따뜻한 차(茶) 한잔을 나누고 ‘하하 호호 웃음꽃’을 피워 위로받고 치유(治癒)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수원수목원으로 가꿔가길 바란다. 잘 관찰(觀察)하면 수목원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땅속의 씨앗은 자기 힘으로 무거운 흙을 들치고 올라온다. “생태환경을 치유하는 데 정원 가꾸기보다 더 나은 개인적 참여는 없다.”라고 조경학자 웬델 베리(Wendell Berry)가 말했다. 나무 한 그루 심는 일은 누구나 모종삽 한 자루만 있다면 가능하다. 수원수목원을 통해 단순 공원 공간 제공에서 나아가 산업, 문화, 예술, 지역 공공성 등과 엮어져 수원시민들 삶의 색깔을 초록으로 바꿀 수 있다. 자연은 재생되고 다양한 생명은 시민과 함께 충만하게 채워질 것이다. 자연은 모두 친구이고 함께 어울려 살 때 평화가 온다는 소중한 생각이 담긴 수원수목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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