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겸 (시인,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정겸 (시인,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논어 자한(子罕)편에는 ‘자재천상왈 서자어사부 불사주야(子在川上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는 공자가 냇둑에 서서 "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을 쉬지 않는 구나" 라며 한 말이다.

​그러나 논어의 이 구절에 대해 학자들은 그들의 철학적 입장에 따라 달리 해석한다. 주자를 비롯한 유학자들은 천지의 조화는 지나가고 오는 것이 이어져서 한순간의 그침이 없으니 바로 도체(道體)의 본연(本然)이라고 해석한다. 즉 학문을 하는 자는 그침이 없는 세계의 모습을 본받아서 끊임없이 성찰하며 배우기를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연현상의 하나인 물의 속성과 같이 부단히 노력해야 하며 물이 흐름을 멈추면 고이고 썩는 것처럼 계속 배움을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또 다른 학자들은 이 구절에 대해 도가적 요소의 근거로 해석하기도 한다. 자연의 세계는 실재(實在)계로서 의미가 없는 맹목의 세계이며 세계는 변화무쌍해 주야로 그치지 않고 변화한다고 보는 것이다.

​공자가 어느 날 시냇가에서 흐르는 물을 보면서 우리의 인생도 물의 흐름과 같이 밤낮을 그치지 않고 흘러가고 있음을 직시했다고 보는 것이다. 정확히 어떤 의미로 이런 말을 했는지 공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천체의 운행은 그침이 없어 해가 지면 달이 뜨고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오며 물이 흘러가고 만물이 소생해 영속성을 유지한다면 그것은 그침이 없는 세계이며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자연과 일체돼 밤낮으로 운행하게 되므로 변화무쌍함은 그침이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한 문장에 대한 해석이 학자들과 글을 읽는 사람, 그리고 이해상관에 따라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하나의 단어와 용어는 물론 심지어 개별 법률에 대한 정의가 내려져 있는 법령의 용어조차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하나의 국가기관이 법률적으로 주어진 권한을 근거로 법령을 해석하고 있는데 이를 유권해석이라 하며 구속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유권해석은 사안에 따라 입법적 해석과 사법적 해석 그리고 행정적 해석으로 분류하는데 입법적 해석은 입법자가 하는 해석으로 ‘법문으로 어떤 용어의 정의를 내리는 것’이며 사법적 해석은 ‘법원이 판결을 통해 내리는 법의 해석’으로 법률적 구속력은 없지만 사실적으로는 구속력을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

​행정적 해석은 행정청이 내리는 해석으로서 상급행정기관은 법령의 집행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그 의미를 해석해 훈령으로 시달하거나 하급 행정기관의 질의나 문답 신청에 의해 지령을 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구속력은 없지만 행정기관 간 일정 부분에 대하여는 구속력을 가질 수 있다. 요즘 유권해석 문제가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어 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주목이 되고 있다. 특히 명료하지 못한 법령의 해석에 관해 해석상 다툼이 있을 경우 최종적으로 법무부 장관에게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것이 사회적 통례로 돼 있다.

예컨대, 요즘 우리나라 정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코인관련 가상화폐재산의 공직자윤리법에 의한 재산등록과 공개 대상에 대하여 정치인은 물론 국민들도 이번 사태가 법규위반이냐 단순 도덕성의 흠결로 볼 것이냐를 가지고 정치쟁점으로 치닫고 있다.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국회의원은 가상화폐는 재산 공개 대상이 아니므로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과 공직자윤리위원회는 2년 전인 2021년에 이미 가상화폐를 예금으로 신고하라는 유권해석을 내려 신고대상임을 명시했다는 것에 대하여 다툼이 있는 것이다. 일부 공직자들은 이를 근거로 가상화폐를 재산에 신고한 사례도 있어 유권해석이 과연 어떤 효력을 가지며 논란이 되고 있는 가상화폐의 재산등록 대상여부에 어떻게 전개될지 자못 궁금하다. 그러나 결국 여야가 국회의원 재산에 가상자산을 명시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만 분명한 것은 유권해석은 공권적 해석이므로 독립성이 담보돼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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