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 · 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김훈동 시인 · 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어록은 역사상 위대한 인물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후대 사람들에게 남긴 말이다. 수원출신 기업가 SK그룹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 형제의 어록집 『패기로 묻고 지성으로 답하다』를 펴냈다. 평생 기업가의 삶을 통하여 실천한 공감의 한마디는 큰울림을 준다. 패기와 도전 정신으로 일관한 두 형제는 모두 평동에서 출생했다. 유⦁소년 시절부터 우애 깊은 형제로 성장했다. 최종건 회장은 SK그룹의 초석을 놓은 불세출의 기업가다. 최종건 회장이 잿더미 속에서 살려낸 수원 평동의 선경직물이 뿌리다. “전쟁 직후 잿더미가 된 선경을 일으켜 세워 오늘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정신으로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고 회고했다. SK의 옛이름 선경(鮮京)은 수원시민은 물론 당시 전국의 젊은이들은 낯이 익다. TV 장학퀴즈로 ‘선경장학금’이 당시 널리 회자(膾炙)됐기 때문이다.

최종건 창업회장은 “남이 가진 것으로 경쟁이 안 된다.”며 국내 최초로 빨아도 안감이 줄지 않는 ‘닭표 안감’을 개발해 50년대 후반기에 국내 시장을 석권했다. 그는 지칠 줄 모르는 열정, 단호한 결단력, 강인한 추진력을 겸비했다. 긴 세월을 거쳐 풍파를 이겨냈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 및 워커힐 호텔 인수 등 사업다각화를 통해 SK그룹의 토대를 다졌다. 지역 상공업 발전을 위해 6년간 수원상의 회장을 역임했다.

최종현 선대회장 역시 탁월한 경영능력을 갖춘 SK그룹 제2 창업자다. 형 최종건 회장이 창업한 선경을 국내 4대 그룹으로 키워냈다. 그의 탁월한 경영능력은 세계에서도 몇 손가락에 든다. 형이 섬유업을 본 궤도에 올려놓았다면 동생은 석유, 화학, 이동통신 등 중화학, 미래 산업으로 확장시켜 명실상부한 세계적 기업으로 발전시켰다. 70년대 오일쇼크 위기 때도 “도전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며 직원들에게 반도체와 이동통신 등 신사업 개척을 독려했다. “창조적인 노력으로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성공한다.”며 신제품 개발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선구적인 안목은 오늘날 SK가 바이오⦁배터리⦁반도체 등 BBC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는 원천이 됐다. 특히 장학퀴즈 후원과 한국고등교육재단 설립 등 평생 인재 양성에도 힘썼다. 형처럼 14년간 수원상의 회장을 역임하며 상의의 명성을 드높였다. 기업가로 성공한 두 형제는 수원시청 입구 벽면 ‘명예의 전당’에 수원을 빛낸 인물로 헌액됐다. 기념비처럼 우리 앞에 우뚝 서 있는 두 형제 기업가를 125만 수원 시민이 기억해야 할 이유다.

지금 이 땅 위에 온갖 소리와 말들의 홍수가 범람하고 있다. 소리와 말은 많으나 소리 같은 소리, 말 같은 말이 매우 적다. SK그룹 두 형제 회장의 어록은 살아 있는 참소리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울림을 주고 공명(共鳴)을 준다. 철학이 있는 대화록이다. 남의 사상의 단순한 숭배자나 소비자가 아니다. 경제인의 언어로 자기 생각을 만들어낸 사상의 생산자다. 사상이란 알맹이가 들어 있는 소리와 말이다. 어록집을 읽으면서 ‘형제애’로 키워온 SK그룹의 철학과 사상으로 무장되어 쌍두마차 경영을 이뤘음을 알 수 있다. 형의 저돌적인 추진력과 동생의 치밀한 기획력, 형의 열정과 동생의 혜안, 형의 친화력과 동생의 조직력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대한민국 재계 정상에 비상(飛上)한 속내가 어록 한마디 한마디에 담겨있다.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에서 시작된 SK그룹의 역사는 줄기를 뻗고 꽃을 피우며 거목으로 자라 숲을 이루며 세계로 향하고 있어 자랑스럽다. 최종건 회장은 “마음의 씨앗을 뿌리면 언젠가는 큰 나무가 된다.”며 50년대 초 대한민국 최고의 섬유 기업을 꿈꾸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SK가 큰 나무가 되어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지 않은가. 필자는 두 형제가 고향 선배이자 형은 초등학교, 동생은 고교, 대학 선배라 어록 하나하나에 더 마음이 간다. 최종건 회장은 원사(原絲) 공장 설립을 꿈꾸며 “성공하는 리더는 꿈의 한계를 두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기업의 목표는 더불어 사는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라고 1953년 선경직물을 선언하며 기업경영 철학을 드러냈다. 최종현 회장은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며 “우리는 미래를 샀다.”고 하면서 “비싼 돈으로 기술을 들여와 외국 기업의 뒤만 따라갈 수는 없다. 나는 한국인의 가능성과 선경의 저력을 믿는다.”며 폴리에스터 필름 개발을 결심하면서 기업가의 확고한 사명감을 내비쳤다. 요즘 기업이 어렵다. 끊임없이 달려 온 두 형제의 어록을 통해 많은 이들이 큰 가르침을 얻어 불확실한 미래의 해법을 찾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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