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아트’ 분야를 계승할 수 있는 계기 만들어내겠습니다!

이수진 제26회 나혜석 미술대전 대상 수상자가 인터뷰에서 카메라앞에 포즈를 잡았다.
이수진 제26회 나혜석 미술대전 대상 수상자가 인터뷰에서 카메라앞에 포즈를 잡았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꿈이 있을 것이고, 꿈의 크기와 색깔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다. 또한, 누군가는 그 꿈을 이룰 수도 있고 모두가 소망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해 마음 속 한켠에 남겨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떤 꿈이든 그것을 위해 도전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모두가 박수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전국에 많은 미술 축제와 대전이 있지만, 올해 26회째를 맞는 나혜석 미술대전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여성이자 미술 작가로 유명한 나혜석을 기리는 대회로 1996년 나혜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수원시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여성 미술공모대전으로써 그 지위를 공고히하고 있다.

이번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이수진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기에 관련 학과로 진학하고 싶었지만 어려운 형편으로 인해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녀는 미술에 대한 열망을 쉽게 놓지 못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맥간공예 동호회에 입문, 이후 맥간공예의 틀을 깨면서 보리아트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입지전적인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작가는 “부족한 저에게 대상이라는 큰 상을 주심에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저는 보리아트 명인으로 활동 중인 이수진이라고 합니다. 충남 보령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수원으로 상경해 1993년 맥간공예 동호회에 입문하게 되었고, 96년도에 공예 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여러 관련 작품들을 출품했습니다. 2005년에 전문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는 국제문화 미술대전과 한국문화 미술대전 초대작가로 10년 이상 활동했으며, 2017년 경기대 예술대학원 서양화과에서 ‘맥간에 의한 회화적 표현연구’를 주제로 한 전시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에 2020년, ‘한국예술문화명인’에 보리아트 명인으로 선정되었습니다. 해가 가면 갈수록 새로운 작품들로 인해 열정이 불타오르고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는 평범한 작가네요.

▲ 미술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보리아트를 향한 첫걸음은 30년 전 접하게 된 ‘맥간공예’였습니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었고 꿈은 화가가 되는 것이었는데요. 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미술대학 진학 대신 취업전선에 뛰어들게 되었죠. 직장에서 직원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마련한 취미반 활동 중에 ‘맥간공예’가 있었고 화가의 꿈을 ‘맥간공예’로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최고의 맥간공예 작가를 꿈꾸면서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 과정을 반복하고 손가락 지문이 다 달아 없어질 정도로 보릿대를 붙잡고 앞만 보며 달리다 어느 순간 알 수 없는 공허와 갈증이 밀려왔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틀에 갇혀있다고 판단해 많은 고민과 연구를 거듭한 결과, 제가 전문적인 미술공부를 하지 못한 탓이라 생각해 바쁜 시간을 쪼개 뒤늦게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학위까지 취득했습니다.

▲ ‘보리줄기’라는 재료의 매력과 특징은.
보리줄기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보릿대의 아름다운 결과 은은하면서도 화려함이 묻어나는 색감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특별히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엇갈리며 조화를 이뤄내는 보리 줄기의 결은 빛의 굴절과 함께 음영의 차이를 만들어내며 아름다움을 더한다. 보는 각도에 따라 느낌이 사뭇 다른 것도 작품 감상의 묘미를 더해준다. 언뜻 보면 자개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러면서도 자개와는 또 다른 멋과 이채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수진 작가의 제26회 나혜석 미술대전 대상작 ‘기억의 편린’
이수진 작가의 제26회 나혜석 미술대전 대상작 ‘기억의 편린’

▲ 대상작 ‘기억의 편린’에서 사용한 기법과 작품 해석을 부탁드린다.
사용한 기법이라면 쉽게 말해서 끊음 기법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일반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접착제를 붙이거나 바른 후에 보리 줄기를 끊어 가면서 표현한 작품이죠. 편린이란 말 그대로 한 조각의 비닐이라는 뜻으로 기억의 편린은 기억의 조각들을 의미합니다. 보리 줄기 한 조각 한 조각이 제게는 기억의 일부이면서 나아가 ‘우리 세계와 우주의 일부가 아닐까?’라는 것이죠.

▲ ‘기억’이란 주제에 영감을 얻게 된 계기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누구나 살면서 한번 쯤은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러한 생각의 시작은 기억이 아닐까라는 지점에서 작품의 주제를 기억과 관련된 것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제26회 나혜석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한 소감은.
계기의 연장선상일 수도 있겠는데요. 이번에 나혜석 미술대전에 서양화로 출품해서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는데, 바쁜 시간을 쪼개 가며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보리아트를 ‘맥간공예’로만 알던 분들은 어 “공예인가? 회화인가?”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작품을 보시는 분들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이제는 공예와 회화의 구분이 필요 없는 시대가 아닌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수상 소감은 정말 많은 여성 미술 대선배님들과 후배님들이 최선을 다한 작품을 출품해 주셨기에 그 노고에 먼저 애쓰셨다는 말을 먼저 전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큰 상을 제게 주신 만큼 생소한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보라는 크나큰 격려로 알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작품에 임할 생각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하고 영광이었습니다.

▲ 예술가의 꿈을 꾸는 후배들을 위해 조언한다면.
예술가의 꿈을 꾸는 후배들만이 아닌 꿈을 꾸는 모든 분들에게 감히 조언하자면 힘들고 어려워도 자신이 좋아하고 꼭 하고 싶은 일이라면 끝까지 밀고 나가보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즐겁고 행복하지 않으면 그 길을 끝까지 가기 힘들뿐더러 인생은 한번 뿐이기 때문에 해보고 싶은 것들을 도전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또한, 즐기고 노력해야합니다. 즐기기만 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더라구요. 특히 예술가라면 도전하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궁금하면 도전하고 또 도전해보고 그 경험을 내 발전의 자양분으로 만들어간다면 빛을 보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맥간공예’로 25년이란 세월을 연구에 몰두했고 현재는 ‘보리아트’로 5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저로서는 ‘보리아트’라는 분야를 계승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게 크나큰 숙제이자 의무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꼭 집어 말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도 새로움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좌우명은.
‘포기하지 않는다!’입니다
2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맥간공예’ 밖에 한게 없는데 독립하고 나와 보니 내 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거에 이 길을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를 엄청나게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포기했더라면 지금의 저는 없었겠죠.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서 내 것으로 만들었기에 지금의 제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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