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무 기자

유난히 쌀쌀했던 겨울도 어느덧 중후반에 접어든 요즘, 취재를 통해 알게 된 고색뉴지엄에서 사진전을 개최한다는 소식에 기대를 품고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기사에서도 적었듯 본래 고색뉴지엄은 2005년도에 수원시에서 산업단지 폐수처리장으로 그 쓰임새를 명시했던 건물이었다. 하지만 이내 산업단지가 최첨단 사업으로 전환함에 따라 폐수처리장으로써 효용성을 완전히 잃고 10년 이상 방치되는 안타까운 운명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공모에 선정되면서 국·도비를 지원받아 395억 원을 들여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에 성공했다. 몇 년 전 만하더라도 쓸모없는 골칫거리로 여겨졌던 폐건물이 여러 작가들의 기회의 장이자 문화교육의 산실이 되리라고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렇듯 사연 많은 고색뉴지엄으로 가는 길이 초행길은 아니었지만 어디에도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보이질 않아 고생하며 건물을 찾았는데 건물 주차장조차 델타플렉스 관련해서 등록된 차량만 주차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듣자마자 괜히 힘이 빠졌다.

좋은 취지로 조성해놓은 건물인데 주변 환경은 너무 열악하다고 느껴졌다. ‘홍보가 부족하다.’라는 변명만으로 치부하기엔 여러모로 불편한 것들이 눈에 보였다. 수원토박이인 친척에게 ‘이런 시설이 있는걸 알고 있었나?’라고 넌지시 질문을 던졌을 때도 전혀 몰랐다는 답변이 돌아왔는데 기본적으로 있어야 할 편의시설들조차 보러온 관람객들에게 너무나 불친절했다. 물론 시설을 직접 운영하는 주체들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니 그들의 잘못은 아니겠으나, 하루라도 빨리 시 차원에서 개선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크게 들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니 지상층은 평범한 사무실과 다름이 없었지만, 이 건물의 진면목은 역시 전시공간인 지하라고 생각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복도를 보니 일반적인 전시 건물이랑은 확연히 다른 이색적인 공간들이 펼쳐졌다.

검은 벽과 곳곳에 설치되어있는 파이프같은 것들이 눈에 띄었다. 자칫 흉물같아 보일 수 있는 구조물이 의외로 개인적인 감상에선 색다른 모습으로 비춰졌다.

복도를 건너 전시실로 들어가면 회색빛 콘크리트벽에 걸린 사진들이 맞이해주었다. 1월 26일부터 작가 ‘남오일 사진전’이 진행 중이여서 천천히 사진들을 감상해보았다. 사전에 알아본 바로는 서울의 풍경들을 이방인의 입장으로 찍은 결과물들을 전시했다고 한다. 감상하면서 서울에도 아직 이색적이고 옛 풍경이 살아 숨 쉬는 곳들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더불어 흑백 사진들과 어우러지는 콘크리트 벽이 레트로 감성을 더 자극하는 것 같았다.

전시공간 외에도 멀티미디어를 상영하는 공간이 조그맣게 존재했다. 다만, 안전상의 이유로 멀찍이 떨어져서 관람해야한다고 했다. 방문할 당시엔 상영하는 것이 없어 구경만 하고 나와야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옛 폐수처리 기계를 보니 어딘지 모르게 섬뜩했다.

정신없이 30분 정도 관람하고 나오는 발걸음이 왠지 아쉬웠다. 회색 콘크리트 벽이 주는 독특한 풍경과 비교적 단순하고 정리가 잘된 전시공간들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공간 내부가 습하다는 느낌을 받아 이런 점들은 보완해야 할 과제이나, 이런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뜻있는 시설이 이대로 묻히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고색뉴지엄, 그리고 수원시 내부뿐만 아니라 좋은 취지로 조성되어있는 전국의 여러 시설들이 홍보 부족으로 알려지지 못하는 경우가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무용지용(無用之用)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쓸모없어보이는 것이 사실은 쓸모있다’라는 뜻으로 이 시설의 자취를 되새겨본다면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고색뉴지엄을 방문하면서 다채로운 경험을 한 것 같아 기분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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