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기자
이상원 기자

거치대 없는 무인 대여 자전거, 어디에나 세워둘 수 있고 누구나 빌려서 탈 수 있다는 뜻이다. 자전거를 아무 데나 놓아도 찾을 수 있고, 그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바로 받아 볼 수 있기에 가능해진 일이다.

놀라운 것은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인터넷 기업이 아닌, 수원시에서 무인 대여 자전거 사업을 준비했다는 데에 있다.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사업 선점 가능성이 높은 인터넷 기업도, 막강한 자본력으로 플랫폼 생태계 구축이 용이한 대기업도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말이다. 

그래서인지 '수원시 무인대여자전거'라는 말이 아직은 어색하다. 고정관념 때문일까,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해서 플랫폼을 선점, 독과점 체제를 구축하는 게 중요한 영역에 매너리즘에 길들여진 지자체가 잘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 나왔다. 타조보다 조금 앞선 시기에 망포역을 기반으로 킥보드 공유 서비스가 시작했는데, 해당 앱과 비교해봐도 손색이 없다. 집에서 망포역까지 걸어가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기자가 두 플랫폼을 직접 사용해보고 내린 평가다.

공유 경제는 잘 사용한다면 굉장히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자본주의가 가진 끝 없는 '소유'의 한계를 '공유'로 뛰어넘기 때문이다. 더 많이 살 필요 없이, 더 많이 나누면(공유하면) 된다. 

살짝 다른 이야기지만, 이러한 공유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고 일찌감치 시장에 뛰어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당근마켓이 있다. 중고 거래로 시작해서 지역 기반 커뮤니티 플랫폼을 지향하는 당근 마켓은 월간 사용자 1천만 명을 돌파하고 조만간 거래액이 1조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가열되는 플랫폼 열풍에 맞춰 공유 경제 시장도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공유 경제는 '공공재' 성격을 지니고 있어 정부에서 도전하기에도 참 좋은 영역이다. 중국에서도 한때 공유자전거 사업이 흥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지자체가 공유자전거 사업을 벌이고 있다. 플랫폼 선점이 중요한 영역이라 과열 경쟁으로 무리하다가 사업을 말아먹기 쉬운데, 타조는 수원시에서 인프라 확충과 행정 지원을 도우니 그럴 걱정이 덜하다.

걱정되는 건 사업의 지속성이다. 홍보성으로 반짝 뜨고 버려져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골칫덩이가 될지, 아니면 진짜 수원을 대표하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할지는 지자체의 끈기에 달렸다. 

공유 서비스를 비롯한 플랫폼 사업은 '사용성'과 '선순환 구조'가 중요한데, 일단 '자전거'는 누구나 탈 줄 아니 사용성에서는 합격이다. 플랫폼을 한 번 맛본 이용자가 다시 찾게끔 만드는 힘인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운영과 퀄리티를 유지하려는노력이 필요한데, 이건 지자체의 사업 지속 의지에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것은 시행착오를 통해 완성된다. 수원시는 약 1년 전, 중국 모바이크사의 갑작스러운 공유자전거 운영 중단 사건을 겪었다. 이러한 경험을 교훈 삼아 협력사와 긴밀히 소통하며 안정적인 인프라 구축과 효율적인 운영으로 수원을 대표하는 공유 경제 플랫폼을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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