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칼럼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인류는 특정물질이나 사건의 기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처음’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의 특별한 관심을 받는다. 수원시의회 개원 이후 66년 만에 최초의 여성의장이 등장했다. 그 자체로 시민들의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국 최대 기초자치단체인 수원시의회 의장이 아닌가. 인구도 재정규모도 최대인 수원시의회 의장은 그만큼 정치적 비중도 높다. 가장 영예로운 자리다. 시민과 의회가 준 축복의 직(職)이다. 의장은 의회 내 갈등 사항을 조정하는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딱딱한 남성에 비해 여성의장이 문제 조율에 뛰어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반기는 시민들이 많다. 여성은 감정과 감각이 예민하고 섬세하기 때문이다. 조명자 의장은 “여성특유의 세심함과 따뜻함으로 시민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6·13지방선거에 각 정당이 당규에 기초의원이나 광역의원 모두 전체 공천비율의 30%를 여성의원들에게 할당하면서 여성의 정치 참여 기회가 늘었다. 수원시의원 37명 중 여성의원 14명으로 37.8%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껏 남성중심의 정치 풍토에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지방자치를 생활정치의 터전으로 굳히고 정치 풍토를 바꾸는데 여성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명자 의장은 당선인사에서 “125만 수원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고, 실질적인 지방분권과 특례시를 실현하기 위해 의원들과 지속적인 소통과 경청을 하고 집행부와도 소통하며 협력하는 의정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제를 기본원리로 하고 있다. 시민의 뜻을 얼마나 책임 있게 정책에 반영하느냐가 풀뿌리 민주주의 성패를 좌우한다. 다양한 사회 구조에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면 시민 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한다. 시민들의 요구를 훨씬 신속하게 정책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들이 진정 원하는 조례를 만들어 뒷받침해야 한다. 과거는 결과만 좋으면 모든 것이 용인됐다. 그러나 이제는 시민들의 삶의 질이 중요한 시대다. 시민을 존중하고 따뜻한 휴머니즘을 실현하는 인본주의만이 해법이다. 시민들의 의식의 흐름을 면밀하게 살피면서 주민이 원하는 것을 알아내 실현해 주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어린아이의 옹알이를 어미는 다 알아듣는다네. 이처럼 지극정성을 다하면 백성의 어려움을 헤아리는 것이 어찌 어렵겠는가” 조선시대 문인 이용휴의 한시(漢詩)다. 이 같은 마음자세로 시민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면 진정으로 살 만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흔히 현재 지방자치는 ‘2할자치’라는 말이 있다. 지방분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수원시가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재정자치, 입법자치를 풀어가는 데도 힘을 보태야 한다. 지방자치는 주민의 삶과 직결되는 실사구시의 정치이자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발로 뛰어야하는 생활정치다. 주민의 잠재력을 일깨워야 활력 넘치는 도시가 된다. 주민들의 열정과 지역사회의 다양성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주민들의 모임이나 단체도 늘고 있다. 그만큼 주민의 욕구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할 말이 많고 요구나 건의사항이 많다는 뜻이다.


의회무용론이 나오지 않도록 정책의 시시비비를 가려 견제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는 의회가 돼야 한다. 조명자 의장은 3선 의원 출신이다. 그만큼 의회운영의 문제점을 잘 알고 경험했다. 시민들의 현실적 우려나 염려의 소리도 많이 들었다. “현장에서 시민들의 눈높이 대화를 통해 잘못된 정책은 바로 잡고 주민의 어려움과 불편을 해소하는데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는 시민 최우선의 의회로 만들겠다”고 의회 운영방향을 밝혔다. 시의원은 지역의 수임자(受任者)다. 시민들로부터 ‘의원들의 자질이 문제’라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인(公人)의식을 갖고 의정에 임하도록 의원들의 역량 개발과 정책기능 강화를 통해 수원시의회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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