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칼럼

 

3월이다. 유난히 긴 한파가 걷힌 듯하다. 봄은 아직 이르지만 산과 들에서는 만물이 슬금슬금 잠을 깨며 봄을 일으킨다. 도시에도 겨우내 감금되었던 색깔들이 서서히 광채를 드러낸다. 경칩도 지났다. 침묵 속에서 움트는 생명의 소리가 있다. 개구리가 놀라 깨어난다.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꽃잎을 피운다. 시냇물이 흐르고 뭇 새떼는 재잘거린다. 이렇듯 봄의 소리가 인간과 대자연간 하나의 교향곡이 돼 팍팍한 우리네 일상에 희열을 만끽하게 한다. 하지만 청신한 봄의 속삭임에 3월의 함성이 잊혀 진듯해 안타깝다. 집집마다 태극기 게양이 예전만 못하다. 결코 잊을 수 없는 1919년 일제(日帝)의 무단정치로부터  해방과 독립을 선언하면서 궐기했던 삼일절 99주년이 지났다. 수원시는 화성행궁광장에서 많은 시민이 참여해 3·1절 기념식과 시민문화제를 열었다. 국권을 빼앗긴 민족의 울분이 폭발한 민중의 날이다. 민족의 함성은 한 세기의 성상(星霜)을 거치면서도 그 함성의 정신은 연면하다. 삼일절 노랫말처럼 후손들은 이날을 길이 빛내야 한다. 아시아권에서 처음인 민권운동이 아닌가. 비폭력 만세운동이다.


수원시는 삼일운동을 현대에 살려 시민들의 가슴에 울려주기 위해 ‘3·1절 100주년시민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추진 중이다. 3·1운동을 현대에 살리는 길은 그것을 객관화해 그 참모습을 전해 주는 길밖에 없다. 그 객관화된 사실이 시민 각자의 가슴에 울려 주는 메아리를 듣게 해주는 일이야말로 값진 일이다. 어른만의 잔치가 아닌 청소년과 여성의 관심이 함께 해야 한다. 매년 의례적으로 진행된 행사를 3·1운동의 가치를 온 시민이 계승해야할 의무를 갖고 분단극복과 세계평화를 구현한다는 정신으로 추진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기념할 것인가를 명확히 해 의례적 기념행사가 되면 안 된다. 그건 선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삼일운동의 역사적 창조행위를 후대에 잘 정리해 물려줘야 한다. ·
전국적으로 시·군마다, 사회단체마다 100주년 행사가 준비 중이다. 수원은 전국에서 가장 뜨겁게 독립의지를 불태우며 3·1운동을 전국적으로 퍼뜨리는 거점역할을 한 도시다. 수원이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양한 사업을 통해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수원시가 특별해야 할 이유다. 삼일운동의 현재적 의미가 무엇이고 후대에 이어져야할 당위성 등 기본 콘셉트를 잘 잡아 학술토론회도 필요하다. 기념사업은 과거지향적이지 않고 미래지향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과거만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와 현재의 의미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추진위원회는 3·1절 100주년을 담아 관심 있는 각계각층, 남녀노소 3,100명 시민들의 역량을 결집해 삼일운동 재현행사를 벌이고 ‘무엇인가 의미 있는 상징물’을 만들면 좋겠다. 프랑스 혁명 100주년 기념으로 만든 파리 에펠탑처럼 ‘삼일운동100주년 기념탑’을 100년에 걸쳐 건립하는 논의도 필요하다. 물론 시민의 참여운동으로 감흥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수원시민이 힘을 합하면 결코 못 이룰 꿈도 아니다. 꿈을 꾸는 일은 이 세상에 머물며 언제나 희망을 가지는 일이다. 귀중한 민족정신이자 자산인 3·1정신이 소멸되지 않고 자손만대에 걸쳐 ‘민족자존(自存)과 세계평화’를 선언한 3·1운동 정신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3·1정신은 끊임없이 새롭게 규명되고 또 되물음 돼야 한다. 이처럼 지속적인 기억의 과정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것이 바로 문화적 자원이다. 상징물, 기념비, 박물관 또는 문화축제 등이 없이 기억은 오래가지 못한다. 과거의 잔재는 청산될 수 있다. 그러나 과거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청산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 과거의 의미를 되새김으로써만 진정으로 과거를 넘어설 수 있다. 3월에 들어서며 우리들에게 던지는 화두(話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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