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을 앞두고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개최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갈등을 빚던 제56회 수원화성문화제가 4일간의 여정을 무사히 마쳤다. 수원의 맑은 가을 햇살아래 다양하고 특색 있는 40여 가지의 프로그램이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즐거움과 행복감을 안겨줬다. 행사내내 마음 조렸던 돼지열병은 더 확산되지 않고 진정되는 기미를 보여 천만다행이었다.

해마다 나라안팎의 관심이 집중된 문화제의 백미(白眉)인 ‘정조대왕능행차 공동재현’이 전면 취소되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잔반 발생이 되는 음식부스 운영도 취소했다. 강한 바람을 동반한 태풍 미탁(mitag)으로 공연이 어려울 듯해서 첫 작품인 개막공연도 전면 취소했다. 시민과 관광객들의 주목을 받을 만한 프로그램이 취소되어 혹시나 축제가 무미건조할 것이라는 우려를 짜임새 있고 새로운 프로그램 진행으로 말끔히 불식했다. 특히 재미있는 체험프로그램이 많아 이에 참여하는 가족단위 관람객이 예년보다 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확산을 위한 방역중입니다’ 라는 안내 게시판을 설치하고 관람객들을 위해 방역약제가 살포된 발판매트를 설치하여 신발을 소독하고 입장하도록 했다.
 

55년 간 이어오면서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는 수원화성문화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9 문화관광축제’에서 우수축제로 선정한 문화제가 아닌가. 더욱이 올해는 수원시 승격70년을 맞은 해다. 공연을 보러온 많은 관광객이 남문 시장, 음식점 등에 가득 몰려 지역경제에도 크게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첫날 오전 여민각에서 타종식에 이어 정조 어진(御眞)이 모셔진 화령전에서 고유 별다례를 지내 수원화성문화제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막이 올랐다.
 

몇 개 유료프로그램은 전 좌석 매진이 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특히 1시간 여 진행된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을 바탕으로 한 진찬연이 그랬다. 미디어아트 진찬연 ‘한중록 1795’라는 작품이다. 정조가 어머니 헤경궁 홍씨에게 바친 회갑연을 224년 만에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브랜드 공연이다. 미디어아트와 궁중무용을 결합하여 역사적 스토리를 주제로 창작한 새로운 기획이 돋보였다. 100여 명의 출연진과 함께 250여 명의 관객이 공연에 집중케 만든 스토리텔링 공연이었다.
 

올해는 공연을 찾는 관람객의 이동 동선을 편리하게 행사 구역을 A존(zone)~D존으로 나눴다. 시민이 제안하거나 공모에 선정된 프로그램은 B존(장안공원, 화서문)에서 진행됐다. 어린이에서 어르신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시민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연출되었다. 수원은 정조대왕의 효심이 깃든 효의 도시다. 3세대가 함께 하는 정조사랑 효사랑, 정조능행반차도 시민참여 퍼포먼스, 어린이 중심의 가족단위 역할극 등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정조의 애민사랑을 일깨웠다. ‘야~놀자,아~수원화성에서’라는 뮤직플래시몹과 음악퍼포먼스, 수원의 과거와 현재, 미래 이야기를 담은 ‘오래된 미래’, ‘함께 부르는 수원아리랑’,판소리 정조가 등 공연프로그램이 축제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C존(화홍문,북동포루)에서는 야간프로그램이 이어져 늦도록 관람객들이 가을밤을 흥과 멋으로 장식했다. 야간투어 프로그램과 함께 진행된 수원화성달빛살롱, 예술체험프로그램인 ‘예술장돌뱅이’, DJ퍼포먼스와 함께하는 굿(good)파티, 환상적인 성곽불빛을 따라 이동하는 플래시몹 형태의 타악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문화제 마지막 날, 장안문에서 화성행궁광장 사이에서 펼쳐지는 시민참여프로그램인 ‘조선백성환희마당’과 왕의 행렬, 연합풍물단과 한복퍼레이드, 사회공헌 퍼레이드, 거리공연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시민과 관광객, 출연진 모두가 손과 손잡고 춤을 추며 퍼레이드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어 D존(창룡문,연무대)에서 정조대왕의 수원화성 원행(園行)시 펼쳐진 대규모 야간 군사훈련을 화려한 공연으로 재현한 ‘야조(夜操)’를 끝으로 제56회 수원화성문화제가 화려한 막을 내렸다. 빛과 음악, 영상 등 다양한 공연기법이 박진감을 갖게 했다. 이번 문화제가 남긴 빛과 그림자를 통해 제57회는 더 발전된 축제가 되도록 준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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