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내디딜 수 있으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 "암벽 등반가 토드 스키너의 말이다. 하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어렴풋이 안다. 하지만 실제로 하지 않는다. 행동으로 옮겨 첫 번째 문을 열었을 때, 비로소 두 번째 문이 우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지방자치분권도 마찬가지다. 시민자치 1번지로 불리는 수원에서 자치분권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염태영 수원시장의 보폭(步幅)이 커졌다. 226개 기초자치단체장이 참여하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으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명실상부한 지방정부의 수장(首長)이다. 염 시장은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자치분권 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면서 "기초 지자체가 지방정부로 도약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밖에도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조속하게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진정한 재정분권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염 시장은 31개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장이면서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이다. 정부 주도의 무분별한 '현금지급'형태의 복지증대로 지방정부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고 또는 광역시 보조사업으로 지방재정의 상당부분을 매칭(matching)사업에 사용하다보니 지자체 자체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없다. 지방정부의 사회복지비 부담비율이 전국 평균 31.9%이며 의정부시는 무려 42.9%를 차지할 정도다. 최근에는 이를 타결할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 준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지금이야말로 염 시장이 지방분권에 대한 철학을 행동으로 옮길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기 좋은 때가 아닌가. 행동은 반드시 상상 그 이상의 미래를 선물한다. 기초 지방정부의 수장 직함이 염 시장이 품고 있던 '진정한 지방자치분권'을 실현할 수 있는 파워(power)가 되길 바란다. 열정은 꾸밈없는 본심에서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자치분권 로드맵’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문재인 대통령의 ‘연방제 수준 지방분권’ 공언도 무색할 정도다. 국회에서 심의·의결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전 방위로 압박을 가해야 한다.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공동의장을 맡아 전국을 돌며 자치분권의 필요성을 역설한 장본인이 아닌가. 지방도시가 특색 있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치분권을 통해 중앙정부에 예속된 현재 상황을 벗어날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수다.
 지방자치권 확대과정에서 ‘재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재정’이 빠지면 자치분권은 맹탕이다. 지자체가 각종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예산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연방제 국가와 다름없는 획기적인 지방분권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하지만 여·야 대치로 국회가 장기간 개점휴업상태라 국회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20대 국회의원임기도 채 얼마 남지 않아 우려된다. 특히 수원시는 용인, 고양, 창원시와 함께 인구 100만 명이상 대도시에 ‘특례시’도입을 추진하여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사실상 특례시 도입이 확정된 상태가 아닌가. 이 역시 국회에 넘어가 있다. 자치분권 처리를 더 이상 미루거나 지체하면 안 된다. 특례시란 기초자치단체 지위는 유지한 채 광역시급의 행정적, 재정적 권한을 가지는 새로운 형태의 지방자치단체다. 이 역시 염태영 시장이 처음으로 제기한 지자체 유형이다. 수원시는 특례시가 되면 당장 세수(稅收)가 매년 3천억 원 이상 늘어난다. 지역자원시설세, 지방교육세가 특례시 세목으로 분류되고 취득세, 등록면허세, 레저세, 지방소비세 공동과세, 지방소비세율이 인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행정·재정 자율권도 확대돼 신규 사업과 대형국책사업을 지역에 맞게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다. 경기도를 거치지 않고 정부와 직접 소통해 정책을 보다 신속하게 결정하거나 자주적으로 계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이점(利點)이 있다. 선진국이어서 ‘자치분권’국가가 된 것이 아니다. ‘자치분권’을 함으로써 선진국이 된 것임을 인식하고 ‘지방정부가 중앙정부 출장소’라는 오명(汚名)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염태영 시장이 보폭을 넓혀가는 이유다.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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