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순 시인의 첫詩集 『서쪽으로 뜨는 해도 아름답다』 시집이 수원문학 창작지원금 수혜 선정작품집으로, 기획출판 한 가운데 “시가 있는 고요아침 55”시선으로 묶어, 지난 2월 21일 출간되었다.
시인은 불교적 세계관과 깨달음의 미학으로, 김윤배 시인의 해설처럼 현대시는 마법적 가치와 혁명적 소망이라는 양극 사이를 왕복한다. 마법적 가치에 대한 긍정이 상상력의 시세계를 완성하고 혁명적 소망이 역사의식의 시세계를 완성한다. 그러나 이 양극은 서로 회통하므로 하나이다. 시인은 두 양극을 한 시편에 넣기도 하며 다른 시편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시인의 이러한 양극적 운동은 인간의 조건에 대한 인간의 반역으로 보아야 한다. 어느 쪽이던 규범지향과 가치지향과 윤리지향으로 대변되는 상식적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규범이나 가치나 윤리에 묶인 시는 시가 아니다. 그것은 도덕적인 덕목이고 지향해야할 인간의 도리일 뿐이다.
발문을 맡는 오세영 시인은 이복순의 시에는 항상 삶의 체취가 묻어 있다며, 그 체취는 우수의 감정 같은 것들에 젖어 있다고 말했다. 또, 땀방울의 결기 보다는 눈물의 흔적에 더 가깝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지 이복순의 시는 어두운 일상을 노래해도 아름답고, 우수와 아름다움과 허무를 올과 날로 짜아올린 언어의 영상, 그것이 이복순의 시의 특징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박병두 문학평론가는 밤을 새워 김밥을 말아가면서 시를 생각했을 이복순 시인을 잘 대변해 주었다. 인간의 삶과 굴곡진 가난한 사람들이 감정으로 마주하는 시간과 공간적인 정서를 애착 혹은, 동변상련의 질서를 우리네 시장(市場)통 사람들을 찾으면 안다며, 한 세상을 살아오면서 경험한 시간, 가족에 대한 애잔한 추억, 여행에서 만난 기행들, 인간미가 짙게 묻어난 그의 시는 아름답고 절실하다며, 시인의 절제와 절박함의 미학들이 질서정연하게 완성되고 있다고 평했다. 또한 시인의 낮은 길 찾기에서 사람들이 쉬어갈 안식처로 빚은 코끼리만두의 전설적인 풍경들이 맥박처럼 들린다며, 늦은 출발점에 정착한 시업(詩業)들이지만 독특한 자신만의 의미구조와 사물의 깊이 있는 시적(詩的) 저력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흙투성이 마늘 한 접을 샀다/툭툭 털어내고/껍질을 벗기니 온전한/한 몸 내어준다//꽁꽁 얼었던 땅 속/웅얼웅얼 외웠던 발원문은/동굴문 열리고 환한 세상 빛 맞을 때/머리를 하늘로 향할 수 있는 바람이다//한 접을 채우지 못한 숫자 아흔 아홉/하루를 채우지 못한 백일기도
 한 마디를 완성하지 못한/사람과 사람 같지 않음의 경계//흙 속에 묻혀서 빛나지 못했던 우유빛 자태/넌/경계를 넘어선 완성이다 「마늘 한 접」전문
 사람과 사람 같지 않음의 경계를 넘어선 흰 마늘은 깨달은 견자의 자태다. 깐 마늘 한 개에서 불심을 본다는 혜안은 경이롭고 두렵기까지 하다. 흙 속에 묻혀 있던 마늘은 아직 중생에게 발견 되지 않은 은자이다. 은자는 꽁꽁 언 땅속에서 겨우내 웅얼웅얼 발원문을 외웠을 것이다. 발원문의 힘으로 세상에 나온 은자는 하루를 채우지 못한 백일기도 같은 것이어서 백 개에 하나 모자란 아흔아홉 개다. 하루를 채우지 못한 기도로 사람과 사람 같지 않음의 경계에 머물고 있던 은자를 견자로 세운 것은 누더기 같은 껍질을 벗기운 불심일지 모른다. 시적 화자는 이미 불타의 마음을 가진 것이다.
시인은 “내게 시는 마음이 허기질 때 마음을 채우는 한 술 따끈한 밥이었고, 글을 쓰는 것은 빈 곡간을 가득 채우고 싶은 농부의 노동 같은 것이라 말했다. 절벽 끝이라고 생각할 때 다시 살아갈 용기를 갖게 해준 가족들에게 감사를 전한다며”, 시업(詩業)의 길을 열어주신 , 오세영, 문태준, 박병두, 최동호, 이지엽, 허형만 시인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복순 시인의 바다는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지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수원팔달문의 땀과 눈물만큼 지고지순한 성장통을 겪는 시인은 사람들의 향수가 자리한 코끼리 만두의 전설을 넘어, 한국시단의 작은 거인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해 본다.
이복순 시인은, 57년 경기도 김포에서 출생했다. 2015년 계간 수원문학을 통해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6년 수원인문학 글판에 선정되기도 하였으며, 2017년 KBS 『시와 음악이 있는 밤』 공모에 당선되기도 했다. 2018년 오세영, 이건청, 최동호 시인의 추천으로 《보길도》작품이 선정되어 『길 위의 인문학상』을 받았으며, 자랑스러운 『수원문학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수원문인협회 이사로 있으면서, 수원문학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시인의 첫시집 『서쪽으로 뜨는 해도 아름답다』 출판기념회는 季刊 수원문학과 수원문인협회 주관으로, 5월28일(화)19:00 북수원CGV 3층 드마리스에서 문인들과 조촐한 문향으로 갖는다.
김인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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