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역사적으로 제왕들이 천하를 들었다 놨다한 뒤에는 제왕을 만들고 그 주군의 뒤에서 한껏 예의를 갖춰 들었다 놨다한 책사들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정도전이란 걸출한 책사가 이성계의 조선을 만드는 일등 공신이었다. 중국에선 조조의 순욱을 꼽고 천하최고의 책사로는 삼국지의 촉나라 유비의 제갈량이 있다.
다음으로 초한지에 유방의 장량과 항우의 범증 등 정도가 생각난다. 한신대장군의 책사였던 괴통(괴철)도 한신이 유약하지 않았다면 역사에 남을 인물이 되었을 것이다.
한편 책사의 대표서로 되어있는 소설로는 “랑야방”이라는 중국 소설이 유명하다. 지금은 야권 중에서도 존재감이 거의 사라졌지만 한때 여권의 실세였던 김무성 전 새누리 당 대표가 칩거 비스무리한 시간 속에 열독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여권에선 문희상 국회의장과 김부겸 의원, 캐스팅보드를 쥐고 있다고 자처하는 야당인 바른미래 당의 안철수전대표와 당시 정책위의장이었던 김성식씨 등이 탐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량야방에서 대표적인 문구가 기린지재(麒麟之才), “그를 얻는 자 천하를 얻을 것이다.” 라고 하였다. 그란 랑야방의 주인공 ‘매장소’를 가르키는 말이다. 지독한 역경을 딛고 복수를 위해 군주를 세운 인물이다.
 세계의 절반을 들었다 놨다했던 징기스칸도 수부테이, 제베, 쿠빌라이, 젤메같은 용맹한 4狗(구)가 앞장서 죽기살기로 싸우며 충성했지만 그 뒤에서 티라운, 보로클, 보르오츠, 무카리와 같은 지혜로운 4駿(준)이 책사 역할을 하였기에 가능했다.
서양 쪽으로 본다면 나폴레옹의 거의 전부를 일궈냈던 베르티에가 있다. 이탈리아 전선에서 나폴레옹을 보좌했으며 루이지애나를 미국과 성공적으로 거래했고 스페인 특사 임무를 맡기도 했다. 그리고 젊은 정복자, 알렉산더의 친구이며 연인이고 용감한 무장이며 최고의 책사였던 헤파이스티온 등이 있다.
미국에선 재선에 성공했던 빌 클린턴의 유명한 책사로서 딕 모리스라는 탁월한 책사가 있었다. 또한 미국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재임에 성공한 오바마의 곁에는 데이비드 액설로드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근대 우리나라에선 군사정권 초대 책사로 불린 김종필을 비롯해 허주김윤환, 박철언 그리고 실제 5공의 설계자로 알려진 허화평, 선거 기술자 전병민 그리고 책사라고 칭해야 하는 건지 모르지만 박근혜대통령을 뒤에서 조정한 차라리 모사인 최순실 등이 거론된다.
무릇 역사적으로 이름을 남긴 지도자 뒤엔 뛰어난 책사들이 반드시 자리했다. 지난 10년의 보수정권을 끝내고 촛불로 인한 진보정권이 들어섰지만 장관이나 국가 중추의 각료들을 뽑는데 여전히 시끄럽다. 전 보수정권들에 이어 지금의 진보정권도 나아진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에서 중책을 맡을 정도의 자리에 오르려면 적당한 부패가 필수적인 요건인가보다. 이래저래 책사를 비롯한 인재난이 심각한 대한민국이다.

김동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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