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감탄하려고 산다. 수원의 또 다른 명소, 수원컨벤션센터에 문을 연 갤러리 ‘아트페이스 광교’ 의 이색적인 개관전시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국을 대표하는 설치미술가 최정화의 잡화(雜貨)전이 관객을 부른다. 이번 전시는 일상과 예술,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넘어선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우리의 일상을 예술이 존재하는 생동감 있는 공간과 시간으로 재탄생시킨다. 소재가 잡화다. 잡다한 상품이다. 흔히 지나쳐버릴 소재에 의미를 부여한 기발한 착상에 놀라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남다른 사물에 관심을 가지는 일이 주는 매력이다. 기쁨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이다. 잡화전을 관람하면서 내가 의미를 둔 것만이 자신에게 미적 감흥을 허용한다.
 최정화 작가는 현대사회와 대중문화를 다각적으로 접근하며 자신의 작품영역을 독보적으로 확장시킨다. 평범한 일상 소재로부터 특유의 조형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을 통해 세계무대에서 주목받는 이유인 듯하다. ‘아트스페이스 광교’로 명명(命名)된 전시공간과 컨벤션센터 로비 및 야외에 안팎으로 잘 짜진 프로젝트가 눈길을 모은다. 더 나은 삶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소망과 긍정인 담긴 ‘과일나무’, 러브미(love me)', '달팽이와 청개구리‘ 조형작품 등이 컨벤션센터 분위기에 포개져 친근감을 갖게 만든다. 시민들로부터 수집된 조명 스탠드를 모아 ‘빛의 묵시록’ 이란 작품으로 탄생됐다. 미발표 자료도 이번 전시에 얼굴을 내밀었다.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독특한 작업 컨셉의 시각화 과정을 보여준다.
 최정화 작가는 작고 하찮아 보이는 일상의 것들을 스쳐가지 않았다. 익숙했던 것들에게서 숨겨져 있던 낯선 세계를 드러내며 그것들이 품고 있는 본래 존재의 세계와 그 존재의 무한한 확장을 열어내 시각화 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일상생활을 빛나는 의미의 장이 숨겨져 있는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낸다. 일상이란 재료에 장소적 환경인 공간이 만나며 미술적이고 시적인 힘을 얻어 특별한 관계가 맺어지는 체험의 현장으로 탈바꿈시킨다. 세상의 잡스런 물건들로 차려진 잡화점은 일상이자 창조가 이뤄지는 연금술적 실험무대다. 모든 것들이 화합하고 조화되어 만나는 숭고한 변화의 자리다. 익숙함 속에 숨어 있는 새로운 감흥의 세계를 보여준다.   
 짐작했던 것들이 확인되고, 정체를 드러내면 더없이 기뻤을 작가를 생각해 본다. 빗자루를 모아 만든 작품, 파리채, 크고 작은 다양한 의자들, 머리빗을 모아 회전하는 설치미술은 재미있는 착상이다. 감탄에 이어 큰 웃음까지 나오게 만든다. 최정화 작가는 "최대한 많이 경험하는 게 인생이라."고 일갈(一喝)하는 듯 풍성한 의미를 관객에게 전해 준다. 
 예술의 세계가 멋지다는 건 알지만, 그 세계에 들어갈 엄두를 못 내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일에는 순서도 서열도 없다. 잘 몰라도 즐겁고, 처음 접했는데도 감탄하는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 본능을 깨우고, 숨겨진 의미와 감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기획 전시다. 각각의 작품 세계를 더 깊게 음미하며  탐색하는 건 관람객의 몫이다. 인간의 흔적이 묻은 것은 아름답다. 거기에서 받은 감동은 오래간다. 인간이 만든 미술, 건축, 음악 등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뛰어넘는다는 생각이 든다. 왜 이런 아름다움은 더 강하게 각인되는 걸까. 인간이 '가치'를 부여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보기 좋은 것, 신기한 것이 아니라 최정화 작가의 숨겨진 의도가 있고, 준비된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잡화전이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는 것들을 한곳에 모아둔 종합선물세트 같다. 이렇게 이질적인 것들이 뒤섞여 있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조화롭다. 놀라운 일이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완벽한 조화는 어떤 설명도 구차하게 만든다. 한 인간의 선택과 의지로 완결된 전시다. 왜 수원컨벤션센터 '아트스페이스 광교'에서 최정화 작가가 첫 문을 여는지에 대한 답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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