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가 길이 싱그럽다. 봄이 도착한 여수 해변엔 연두색 싹을 껴안은 쑥이 봄 볕 아래 눈이 시린 듯 빼 꼼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해풍은 볼을 간지럽히고 물결은 햇빛을 잘게 부수며 은가루를 뿌린다. 문득 꿈결 같은 몽롱함을 느낀다. 그냥 좋다. 우리나라 먼 남 단 여수는 그렇게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곳으로 화사한 주연이란 여인이 봄과 함께 걸어 들어왔다. 커다란 눈동자에 여수의 봄을 가득 담고 들어왔다. 시야가 환해진다.
여수의 봄과 무척이나 어울리는 여인이다. 아니 여수의 봄을 완성시키는 듯 한 실루엣이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싱그럽고 햇볕은 간지럽다. 그 안에 담긴 여인은 신비했다.
땅 끝 바다마을의 아스라한 포근함이 잘게 부서지며 여인 뒤로 숨는다. 수줍다. 그러나 신비함마저 간직했던 그 여인의 이미지가 ‘툭 던진’ 그녀의 한 마디에 화들짝 쪼개진다.
“까불면 포크레인으로 묻어 분다.” 갑자기 정수리에서 경기가 난다.
나가 “어릴 적 껌 좀 씹 엇 지라. 그 때 뱉은 껌이 한 트럭 이랑께, 시방 노인들이 길바닥에 붙은 껌을 떼며 하는 공익근로에 일조한 것잉게, 나가 사회공헌을 좀 했능가?” 라고 자문했다.  난 그냥 뒤집어 졌다.
알고 보니 여장부다. 여수바닷가에서 태어나 여수를 껴안고 살아온 그 여인은 그렇게 포근하고 우아함 뒤에는 결이 다른 강한 에너지가 숨어있었다.
갯가길에 조금 전과 다른 생기가 돈다. 햇빛이 분가루처럼 날리고 바람이 머리칼을 날린다. 그녀의 머플러가 조금씩 좌우로 자빠진다. 그냥 그대로도 아름답다. 아무리 강해도 여인은 여인가 보다.
또 내 판단이 틀렸다. 입만 열면 에너지가 철철 넘치는 여 戰士다. 이런 스타일이 여수 여인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여인의 아름다움 속에서 언뜻 언뜻 묻어나는 강인함과 총명함, 그리고 소탈한 솔직함 그런 것들이 여수의 여인을 만드는 가보다. 여수는 소백산맥의 힘을 받는 다고 한다.
소백산맥을 타고 내려와 반도가 된 여수는 경사가 심해 강인함의 유전자도 배어 있나보다.
대경도(大鏡島)·소경도(小鏡島)·가장도(加長島)·야도(冶島)·오동도(梧桐島)·돌산도(突山島)가 바닷가에 살림을 차린 천혜의 양항이다. 배들이 눌러 살기 좋아 늘 풍성함을 유지하나 보다. 유인도는 46개란다.  헌데 무인도는 268개라고 라고 한다. 그렇다라고라고라? 그리고 배타고 들어 갈 수 있는 연륙도가 3개란다. 무려 317개의 섬을 껴안고 사는 여수다. 그림 같은 섬이 무지 많다. 빠질 수만 있다면 그 풍경 좋은 섬들 속으로 풍덩 빠지고도 싶다.
그래서 좋은 풍경만큼 여수에는 미인들이 많다고 한다. 3월의 초입에서 봄을 마중 나온 여수는 여수의 여인과 함께 여수 낭만에 마침표를 찍고 있었다.
“심심해도 묻어 분다.“ 으악~

김동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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