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칼럼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미각을 자극할 새로운 먹거리가 출현했다. 수원주막국밥이다. 수원의 대표적 시민의 축제인 ‘수원화성문화제’에는 마땅히 먹을거리가 없다. 수원갈비는 아무래도 많은 이들이 먹기엔 부담이 된다. 통닭과 함께하는 치맥은 한 끼 식사로는 어딘지 부족한 듯하다. 축제장을 찾는 관광객은 누구나 쉽게 돈지갑을 열 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을 절감한다.
한국 전통적인 식사에는 밥과 국이 기본이다. 국밥은 국에 만 밥이다. 우리나라만 있는 독특한 음식이다. 모두가 즐겨먹고 인정하는 대표적인 먹거리다. 우선 식단이 복잡하지 않다. 단순하고 단일품목이다. 많은 이들이 쉽게 기다리지 않고도 먹을 수 있어 축제장 먹거리로서 적합하다. 영양가도 높고 낭비되는 곁들이 음식이 필요 없기 때문에 좋다. 음식처리도 간편하다. 경제적이다. 수원향토음식연구회가 나서서 수원주막국밥의 역사를 추적했다. 옛 문헌을 중심으로 수원주막국밥의 성장과정과 배경, 특징을 살폈다. 수원 영화역참 거북이주막 및 우시장이 열리는 수원천 화홍주막 등을 중심으로 주막에서 취급했던 음식을 바탕으로 그 역사를 확립했다. 질문지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얻은 자료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수원주막국밥의 발전방향을 끄집어냈다. 국밥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은 많지 않을 것이다. 수원주막국밥을 중심으로 ‘수원향토 음식 발굴·육성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냈다. 수원시의 예산지원 한 푼 받지 않고 시민들이 나서서 수원 전통음식을 발굴·육성보급하기 위해서다. 잘 했다고 칭찬할 일이다. 특히 수원화성문화제에 남녀노소 빈부격차를 넘어 누구나 즐겁게 먹을 음식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나온 연구라서 그렇다. 적절한 연구라고 반기는 이유다.  
 국밥은 전국에 다양한 형태로 산재하다. 부산 돼지국밥, 개성 장터국밥, 한양 장국밥, 병천 순대국밥, 곤지암 소머리국밥, 전주 콩나물국밥 등이 다양하게 발전해왔다. 문제는 수원다운 특성을 가진 수원주막국밥을 만들어 내는 게 선결이다.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수원을 찾은 이들을 이끌 수 있는 이야기를 주막국밥에 입혀야 한다. 예를 들면 한양에 과거시험을 가던 선비가 해질 무렵 수원화성에 당도하여 허기진 배를 채울 때 먹었던 음식이 바로 주막국밥이었다. 다음 날, 한양 과거 시험장에 도착한 선비가 장원급제했다. 전날 먹은 주막국밥의 기운으로 과거를 잘 본 것이다. 그 이후 수원주막국밥을 선비가 먹고 장원급제했다 해서 선비국밥으로 부려지게 됐다는 식으로 말이다. 시험을 볼 사람은 수원선비국밥을 먹어야 합격된다는 징크스가 퍼져나가야 한다. 축제를 성공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마치 서울 선농단(先農壇)에서 임금이 친경(親耕)을 할 때 모인 백성에게 준 국밥이 선농탕이다. 그것이 시간이 흘러가면서 설농탕으로 어음변화가 왔다. 선비국밥은 이미 상표등록이 돼있으면 주막국밥으로 바뀐 것을 그럴듯하게 스토리텔링을 해야 한다. 다른 지역 주막은 술과 연관지울 수 있다. 수원주막은 한양으로 가는 선비들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식당개념이다. 주막은 우리에게 잊혀져가는 옛 풍물 가운데 하나다. 단순한 술집이 아니다. 여러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하던 공간이다. 관리, 유생, 보부상, 양반, 선비들이 단골손님이다. 
 문제는 맛의 차별화다. 수원주막국밥은 배추우거지를 무청시래기와 함께 겨우내 말렸다가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푹 우려낸 사골국물에 채소가 많이 들어가는 것이 독특하다. 쉽게 배불리 먹으면서도 포만감이 좋다. 섬유질 채소가 많아 웰빙음식이다. 지난 주 한 식당에서 수원주막국밥 시연회를 가졌다. 일부 시의원들과 수원화성문화제시민추진위원, 사회단체장들이 함께 수원주막국밥을 먹으면서 담론을 나눴다. 대체로 만족했다. 앞으로 이를 정착시킬 과제가 많다. 수원주막국밥 캐릭터를 만들어 국밥집에 부착케 하여 인지도를 높여갈 필요가 있다. 식단의 표준화, 가격의 통일화가 뒤따라야 한다. 연구보고로 끝나서는 안 된다. 널리 보급하여 수원주막국밥의 옛 명성을 복원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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