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칼럼(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전문 용어가 요즘 세간을 달구고 있다. 수원시민 사이에서도 ‘호매실 구간을 연결하는 신분당선이 예타 면제사업에서 제외됐다’고 논란의 목소리가 높다. 다소 생소한 단어들이다. 정부가 재정 24조원이 투입되는 23개 지역사업을 예타 없이 시행한다고 발표한 것이 계기다. 도로나 철도 같은 대규모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의 타당성을 따지는 제도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김대중정부 때 무분별한 토건사업과 세금낭비를 막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줄여서 ‘예타’라고 부른다. 총사업비가 500억 이상이고 국가재정이 300억 이상 지원되는 사업이 대상이다.
 과거에는 담당공무원이 자체적으로 사업타당성을 평가하고 거르는 역할을 했다. 그러다보니 타당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국가 재정에 압박을 주기 시작했다. 공무원이 타당성을 조사하기 전에 제3의 기관에서 미리 검토한다는 뜻에서 ‘예비’라는 말이 들어갔다. 현재 이 조사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맡았다.
 수원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구간 복선전철연장사업이 이번 예타 면제 사업대상에서 제외됐다. 호매실 주민들을 비롯해 시민들의 질타와 원망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럴 만도하다. 광교신도시 사업시행자인 경기도시공사가 3천493억, 호매실지구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가 1천500억 등 5천억 원에 이르는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을 분양가에 이미 반영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재정을 확보한 신분당선 호매실 연장사업은 무난하게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할 것이라는 기대에 찬물을 뿌린 셈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발 빠르게 청와대와 정부 부처를 한달음에 달려가 항의와 함께 “신분당성 호매실 연장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확답을 받아냈다. 다행이다. 교통로선(交通路線)은 핏줄이다. 대단위 아파트지역에 대중교통시설은 시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최우선과제다. 홍남기 부총리는 “걱정하지 말라”며“기획재정부가 올해 안에 호매실구간 연장사업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주무장관인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도 “걱정하지 마십시요”라며 부총리와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국토부는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신분당선 수원 호매실 연장사업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예타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요청을 기회재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13년 째 정부가 약속한 사업이 아닌가. 허언(虛言)이 되지 않아야 한다. 더 이상 호매실 지역 주민이나 수원시민들이 실망하지 않고 기대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이것은 국책사업이다. 시장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4명의 국회의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해결하는데 적극 나서야 마땅하다. 김영진, 백혜련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구윤철 기획재정부 제2차관과 간담회를 갖고 타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답을 받아냈다. 이어서 ‘신분당선 연장선 착공을 위한 TF를 구성’해 첫 회의를 진행 하는 등 적극적인 추진 활동이 실효를 거두길 바란다. 수원시민은 기대했던 국내 1호 트램 공모에서 탈락돼 상실감이 컸다. 이번에 당연히 통과되리라던 예상을 되짚고 신분당선 호매실 구간 연장 예타면제마저 제외됐다. 실망감이 자못 크다. 희망이 담긴 약속들이 실행(失行)이 아닌 행동으로 이어지는 실행(實行)이 되도록 단단히 조여 나가길 바란다. 목표는 연내 통과다.
 청와대는 이번 예타 면제조치에 대해 “지역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업들인데, 일반적인 예타 방식으로는 풀 수 있는 한계가 많으니까 면제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꼭 필요한 사업인데, 예타를 하면 탈락될 게 뻔하니 면제해줬다는 논리다. 법은 예타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하여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 사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예타제도는 경제성과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국내 예타제도는 대규모 공공투자사업의 문지기 역할을 해왔다. 신분당선 호매실 구간이 시민의 열망대로 반드시 추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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