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토일렛, 상곡 심재덕 전 수원시장이 타개한지 10주기가 지났다. 그를 기리기 위한 추모행사가 지난 14일 진행됐다. 기일(忌日)에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추모미사를 시작으로 용인 두창리 묘소 참배, 평전 출판기념회,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추모공연이 이어졌다. 사단법인 미스터토일렛심재덕기념사업회가 주최한 이날, 소리꾼 장사익이 ‘봄날은 간다’를 그의 특유의 음색으로 부를 때 장내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상곡 심재덕이 걸어온 일생과 그가 일구어 온 업적을 영상과 음악을 통해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공연에 앞서 ‘아름다운 화장실 혁명, 미스터 토일렛 심재덕 평전’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한신대 김준혁 교수가 5개월에 걸쳐 상곡(桑谷) 70년의 삶을 400페이지 가깝게 담아냈다. 그가 평생을 두고 추구했던 가치와 이상을 만나볼 수 있는 평전이다.
 우리가 그를 회상하고 추모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또 그를 표현하는 낱말도 다를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10주기 추모공연장을 꽉 메운 것은 그가 수원시장이었고 국회의원이었기 때문만도 아닐 것이다. 그가 초지일관 ‘수원의 역사’를 만들어 온 그의 정신에 감화됐기 때문이 아닐까. 1980년대 후반 수원문화원장으로 취임하면서 다져진 그의 남다른 ‘문화사랑’이 하나하나 이어진 결과물이기에 그렇다. 상곡의 상상력과 추진력이 밑받침되어 문화도시-수원의 초석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다. 문화와 예술지 불모지에 포켓북 크기의 ‘수원사랑’을 창간했다. 당시 심재덕 원장은 “홍보 매체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창작의욕을 높이고, 문화·예술이라는 정신적 식수 부족으로 목말라하는 51만 수원시민의 갈증 해소에 조그마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창간의 의미를 부여했다. 최초의 수원성 축성200주년기념사업, 100년만에 봉수거화 재현, 한여름 밤의 음악축제 등을 이어갔다. 시민들이 얼마나 문화를 사랑하는지 깨달았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선진국이 되려면 문화시민이 돼야 한다면서 “문화시민의 정신은 오염과 복개로 죽은 하천이 돼 버린 수원천을 되살려 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자신의 손으로 수원천 복개를 철회했다. 이때 환경운동을 하던 염태영 현 수원시장이 상곡과 운명적 연(緣)을 맺게 되어 함께 수원천살리기운동, 서호살리기운동에 나섰다. 대선공약으로 등장한 팔달산터널 공사 반대주도, 화성행궁 복원만이 효원의 전통을 살리는 길이라는 신념으로 화성행궁 복원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수원의료원, 우체국, 신풍초교 이전을 이끌어냈다. 
 민선1기 수원시장에 입후보 당시에 경제적으로 잘살게 해 주겠다는 선심성 공약대신 문화를 통해 수원을 최고의 문화관광도시로 만들겠다는 참으로 모험적인 공약을 내세워 당선됐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화홍문화제를 수원화성문화제로 변경했다. 정조대왕 능행차 연시, 정조대왕과 혜경궁 홍씨 선발대회 등을 개최하면서 문화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껴서는 안 된다고 할 정도로 완벽한 문화도시를 꿈꿨다. ‘수원성’을 ‘화성’으로 바꾸고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상곡의 뚝심으로 해냈다. 그가 지켜내고 복원한 화성은 이제 세계문화유산으로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수원에 2002월드컵 경기를 유치, 시민들의 ‘1인1의자 갖기운동’으로 수원월드컵 경기장을 준공 하는 등 수원을 세계인이 주목하는 문화도시로 탈바꿈시켰다. 화장실 혁명이다. 진정한 문화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깨끗한 화장실의 중요성을 아는 것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반딧불이 화장실을 비롯해 시내곳곳에 아름다운 화장실이 들어섰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심재덕 시장이 추진한 화장실 문화운동은 한국 문화 변화 과정에 지방정부가 추진하여 최고의 문화가 된 것”이라고 찬사를 받았다. 세계화장실협회를 창설하여 초대 회장을 맡았다. 상곡은 시민들의 기피시설인 연화장, 쓰레기소각장, 하수처리장 설치를 반대하는 시위현장에서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했다. 이와 같은 수많은 업적을 남긴 상곡 심재덕의 삶은 곧 수원의 역사다. 그를 진정으로 추모하는 이유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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