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결혼이주여성·중도입국자녀 등 12명 한국어 말하기 실력 뽐내

 

“참 이상해요. 한국 사람들은 제가 한국말로 물어봐도 영어로 대답해요. 저는 한국말로 얘기하고 싶은데…”

수원시는 지난 26일 수원시청 대강당에서 ‘저 할 말 있어요’를 주제로 ‘제4회 외국인주민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개최했다.

시 소재 한국어 교육기관을 이용하는 외국인근로자, 결혼이민자, 중도입국자녀 등 참가자 12명은 각자 3분가량 유창하진 않지만 또박또박한 한국어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스페인에서 온 외국인근로자 카르멘씨는 ‘한국어를 좀 하세요’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자신의 외모만 보고 자꾸 영어로 말을 걸어오는 한국인들에 대해 볼멘소리를 냈다.

카르멘씨는 “저는 영어를 말하는 나라가 아니라 스페인에서 왔고 지금은 한국의 수원에서 살고 있는데 사람들이 왜 내게 영어로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제가 한국어로 말하면 다들 저보고 ‘귀엽다’거나 ‘한국어를 잘 한다’고 얘기해 준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별로 귀엽지는 않고 한국어도 잘 못하지만 제발 제가 한국어로 얘기하면 한국어로 대답해 달라”고 말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네팔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구릉 프라타나씨는 ‘여보! 이제 일 나가실 거죠?’라는 발표에서 실직한 남편에 대한 바람을 털어놨다.

“제 남편은 결혼생활 4년 동안 저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꼼꼼히 챙기면서 본인 것은 속옷과 양말밖에 사지 않는 살림꾼”이라고 남편을 소개한 프라타나씨는 “하지만 오늘은 남편 자랑을 하러 나온 게 아니다”라며 “여보! 당신이 일하기 싫어서 집에 있는 건 아니지만 이제 집안일은 제게 맡기시고 당신은 바깥일을 해서 든든한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세요”라고 말했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한 참가자도 있었다. 중국에서 온 중도입국자녀로 수원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김건휘씨는 “중국 동포가 범죄를 저지르는 내용을 다룬 한국영화가 너무 많다”면서 “착하고 성실하게 사는 중국 동포들까지 모두 범죄자로 인식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밖에 본국에 두고 온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한국에서 겪는 어려움, 결혼 3년 만에 얻은 아기에 대한 감사 등 수원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주민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적셨다.

외국인 주민과 그 가족, 친구, 수원시다문화지원센터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최우수상은 ‘한국어를 좀 하세요’를 발표한 카르멘씨(스페인·외국인근로자), 우수상은 구릉 프라타나씨(네팔·결혼이주여성), 장려상은 다오 티 하오씨(베트남·결혼이주여성)와 송순용씨(중국·중도입국자녀)에게 돌아갔다.

수원시 관계자는 “처음엔 참가자들의 한국어 실력에 초점을 뒀지만 발표내용을 들으며 시 다문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면서 “외국인 주민들의 마음 깊은 곳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더 자주 만들겠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외국인 주민들의 한국어 능력을 키우고 한국어 학습에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2014년부터 해마다 ‘외국인 주민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열고 있다. 2014년 ‘나의 한국생활 적응기’, 2015년 ‘동화 말하기’, 2016년에는 ‘특정 주제에 대한 토론방식의 대화’를 주제로 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수원시는 외국인 주민의 한국어 능력 향상을 돕기 위해 수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 수원시국제교류센터, 수원이주민센터 등에서 수준별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원시에서 운영 중인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수원시 여성정책과(031-228-2993)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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