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칼럼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지방분권 시대를 열어갈 마중물이 드디어 터졌다. 수원시가 수원특례시가 된다. 지난달 말 행정안정부가 발표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에 행정명칭으로 특례시 부여와 사무특례를 확대해 나간다’는 내용이 포함돼 사실상 특례시 도입이 확정된 상태다. 특례시는 기초단체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급 위상에 걸맞은 행정·재정 자치 권한을 확보하고, 일반 시와 차별화되는 법적지위를 부여받는 새로운 지방자치단체 유형이다.


그간 염태영 수원시장이 주도해 수원·고양·용인시를 비롯한 경남 창원시 등 전국 4개 인구 100만 도시 단체장이 모여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특례 실현’을 위해 손을 맞잡고 함께 노력한 결과물이다. 특히 염 시장은 민선5기 시장 취임초 부터 꾸준히 ‘특례시’ 도입을 주창해 왔다. 4개 시 공동대응기구를 이끌어냈고 시의회, 시민단체가 한목소리를 내왔다. 수원시는 도시기능과 행정규모가 광역시에 해당한다. 하지만 50만 도시와 동일한 지방자치제도의 틀에서 행정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시의적절한 시민 행정서비스 제공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특례시 도입을 선언하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도시 특성에 맞는 맞춤형 발전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기대에 부풀고 있다. 하지만 포장만 그럴 듯하고 정작 재정분권 등에 대한 내용은 아직까지 전무하다. ‘특례시 세목’이나 취득세 등의 공동과세에 대한 명확한 방침이 없다. 국세·지방세의 ‘6대 4 비율 조정’과 추진 로드맵 등도 빠져있다. 자칫 빛 좋은 개살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의 목소리가 높다.


30년 만에 지방자치법이 ‘주민중심의 지방자치 구현’이라는 국정운영 방침에 따라 대대적으로 바뀌게 됐다. 염태영 시장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지금까지 중앙부처 권한을 지방에 넘기는 과정은 어렵고도 험난했다. 특례시 행정 명칭부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진일보 했다”며 정부의 결정에 남다른 감회를 들어냈다. 이번 정부 발표로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명칭 못지않게 광역시수준의 권한과 기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국회 입법화 과정에서 권한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연내에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보다 자율적이고 책임감 있는 분권국가의 기틀을 만들어 가도록 지방자치법의 전면 개정이 되길 기대한다. 226개 지자체 자율성 확대, 중앙과 지방이 상하관계가 아닌 동반자관계 전환, 주민직접참여제 강화 등이 담겨져야 할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189개 사무 권한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양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무를 특례시에 이양할 지, 재정을 얼마나 확대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자치분권의 핵심은 재정분권이다. 현 정부의 공약대로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6대4가 돼야 재정분권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7대3 비율로는 미흡하다. 재검토돼야 한다. 재정분권이 이뤄져야 명실상부한 지방자치도 활성화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껍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용물이 충실해야 한다. 특례시의 자양분(滋養分)은 내용물이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5당 원내대표가 참석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회 첫 회의에서 재정분권 관련법안을 신속히 논의하기로 합의했기에 그렇다. 특례시 및 재정분권 등 지방정부의 염원인 자치분권 추진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향후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국회에서도 쟁점이 될 듯하다. ‘대한민국은 주민참여에 기반을 둔 지방자치를 구현한다’는 내용을 담아 30년 만에 이뤄지는 지방자치법이다.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로 나아가는 역사적 전환점이다. 그간 특례시 입법화를 위한 4개 도시 시장들의 공동건의문에 담겨진 내용들이 관철돼 갈등의 불씨를 없애주길 바란다. 특례시의 결실이 시민에게 돌아오고 주민의 삶도 훨씬 나아진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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