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칼럼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문화의 핵심은 문학이다. 시절이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된 사람’을 열망한다. 올곧게 절개를 지키고, 두루 사람들을 사랑하며, 원칙에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인물을 원한다. 예로부터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선비라고 불렀다. 선비는 그 직위에 따라 높낮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일찍이 허균은 이렇게 썼다. “선비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몸을 채워 뒷사람에게 남기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된 사람’이자 ‘채워진 사람’은 누굴까? 문인은 선비다. 선비다워야 한다. 문인은 세상을 향해 짖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짖다’라는 것은 어떤 절실함에서 터져 나오는 외침, 시선과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힘이 느껴지는 말이다. 글을 쓴다는 것이 꼭 그렇다. 세상에 대고 발언하는 행위다. 문인은 ‘시대의 증인’으로 시대와 현실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문학은 인간의 행복을 탐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수원시KB손해보험 인재니움 연수원에서 이틀간 한국문인대표자대회가 펼쳐졌다. 한국문인협회가 주최하고 수원문인협회가 주관했다. 1만4천여 명의 한국문인협회의 문인을 대표한 200여 명의 전국에서 모인 대표자가 참석해 한국문학이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한국문학의 현재 위치를 준엄하게 반성하고 그 활로를 새롭게 모색하는 자리였다. 문학은 고정된 가치나 관념이 아니라 세계 속에 변화하는 유동적인 흐름이다.


올해로 서른여덟 번째로 열리는 대회를 경기도 수부도시 수원에서 처음으로 유치한 것은 각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수원문협 창립 52년만의 쾌거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이 품고 있는 효와 애민사상을 전국 문인들에게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전국에서 가장 큰 자치단체인 수원의 발전된 모습을 각인 시켜줘 한국문단의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수원을 소재로 작품화할 마음을 품게 해줬기 때문이다. 글은 힘이 세다. 글은 생각에서 나온다. 이들 문인들을 통해 역사와 문화·예술을 품고 있는 수원을 널리 알려 ‘찾아와 머물고 싶은 관광도시’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전국문인대표자대회를 연이어 네 차례 참석했다는 어느 지역의 문인은 수원대회를 극구 칭찬했다. 전국에서 모인 문인들이 도착한 후 해우재, 화성행궁, 화성박물관, 무예24기 시범공연 관람을 시작으로 집안 대문에 들어서기 전부터 흥미를 자아내게 해 “참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숙소시설도 여느 호텔보다 좋고 짜임새 있는 진행에 탄복했다는 것이다. 양장본으로 하드보드케이스에 담긴‘수원문학의 어제와 오늘’과 ‘작고 문인평전’ 1질씩을 선물로 받은 전국대표자문인들은 자신들이 속한 문협에서 기획 조차할 수 없는 일을 수원문협이 했다고 이구동성으로 찬사를 보냈다. 그뿐만이 아니라 전국문인대표자 작가대회 종합책자가 돋보이게 만들어져 내년부터 개최되는 문협을 긴장하게 만들었다는 평이다. ‘수원문학이 걸어온 길’과 수원소개 ‘수원에 반하다’ 영상물을 상영했고 수원문협 작가들의 작품 ‘수원을 말하다’, ‘수원을 시(詩)로 이야기하다’를 낭송해 작품으로 수원을 한껏 노래했다는 점도 특이했다고 말했다. 주관한 수원문협 박병두 회장을 비롯한 이날 참여한 100여 명 회원들의 자발적 봉사와 헌신이 이룩한 결과였다. 수원문인협회가 ‘최고 등급의 문협’으로 등극(登極)되는 기회였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문학은 인간의 삶에 기여하는 예술이다. 인문학 도시를 추구하는 수원에서 한국문인 대표들이 모여 문학담론을 나눴다는 것은 자못 뜻이 깊다. 정조시대의 문예부흥을 잇고 사람의 가치를 되살려 나가는 수원시의 이미지를 한국대표 작가들에게 각인시켰기에 그렇다. “나라의 문화를 진흥시키는 것이 최고지도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책무다” 개혁도시 수원화성을 건설한 정조대왕의 말씀이다. 아무쪼록 이틀간 진행된 일정 속에서 전국에서 모인 문인들이 문화르네상스를 열었던 정조의 뜻이 담긴 수원 곳곳에서 보고 느낀 것을 작품화해 큰 울림이 돼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널리 알릴 수 있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새수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