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칼럼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자연을 알되 사람을 알지 못하면 도시에서 살아가기 힘들고, 사람을 알되 자연을 알지 못하면 진리의 세계에서 노닐 수 없다” 일종의 백과사전인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나무와 나무가 어울려 숲이 된다. 천천동 일월공원 안에 수원시가 처음으로 수목원을 조성한다. 얕은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식물자원을 테마로 한 생태·환경교육·참여중심의 도심형 수원수목원이다. 숲은 우리가 건강하게 생존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미세먼지 등 유해 물질들을 빨아들여 자연 정화하는 기능을 갖는 생활밀착형 수목원이다.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행복해지는 공간이다. 생각만 해도 싱그럽다. 시민 누구나 편하게 찾아와 휴식을 할 수 있는 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길 기대한다. 나무를 심는 자는 희망을 심는 것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찾는 운동장엔 자연을 접할 정원이 없거나 부실하다. 그래서 자연의 변화 모습을 제대로 못 살핀다. ‘지혜는 자연에서 배운다’라는 말이 무시되고 있다.


1인 가구시대에 도시의 공원이나 수목원이 주는 삶의 영향에 대해 미국에 사는 친구로부터 들은 재미난 이야기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집에 사는 이들은 땅값이 가장 비싼 뉴욕사람들이다. 하지만 뉴욕의 1인 가구에 사는 이들은 비참하게 느끼지 않고 산다. 집 크기는 몇 평 안 되지만 이들은 센트럴파크나 브라이언트파크 같은 각종 공원들이 많은 도시에 살아 불편이 없다는 것이다. 공원이나 숲이 촘촘히 이어져 도보로 7~10분 내 접근한다. 우린 어떤가? 공원들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수원시가 성균관대학교 앞 일월저수지 10만 1500㎡에 수목원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시민들이 반기는 이유다. 축구장 14개의 넓이다. 내년 9월까지 기본·실시설계 용역을 마치고 2021년 12월 개방을 목표로 수목원 조성공사를 추진한다. 코끝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가득하고 귀에는 도란도란 정겨운 이야기가 마음을 적시는 수목원, 역시 휴식에는 나무숲이 최고다. 언제나 고즈넉하고 평온하다. 졸졸 흘러가는 물소리가 세상살이 지친 마음을 상큼하게 씻어줄 거라 생각하니 수원수목원이 내 앞에 다가오는 듯하다.


조선시대 최고의 조경가로도 불린 정조는 신도시 수원화성을 숲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버드나무, 소나무, 느릅나무, 탱자나무, 뽕나무 등 수종을 가리지 않고 나무심기에 매진했다. 수원시가 나무와 관련된 지명이 유독 많은 이유다. 파장동의 파초, 조원동의 대추나무, 율전동의 밤나무, 호매실동의 매화나무, 송죽동의 소나무와 대나무, 오목천동의 벽오동나무 등이 있다. 다방면에 정통했던 정조대왕은 조경과 수목, 식물에 관심이 많았다. 수원천변에 풍치수로 아름답고 왕버들로 보이는 버드나무를 즐겨 심었다. 용상에 오르지 못한 부친에 대한 효심이 담겨있다. 버드나무로 인해 수원을 유경(柳京)이라 불렀고 수원상인을 유상(柳商))이라 불렀다. 세류동, 버드내(柳川)와 같은 지명도 여기서 유래됐다. 버드나무의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정조는 수원화성을 버들잎 모양처럼 축성했다.


주말에 수목원이 들어설 일원공원을 산책하며 ‘뭐, 행복이 별건가’, 수목원 한갓진 곳에 돗자리 깔고 앉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이웃들과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 것 자체가 행복이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먼발치서 산책하는 시민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도 삶의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식생을 보존하고 무농약으로 조성해 청정한 힐링 수목원이 돼야 한다.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숲 치유를 하면서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자연의 쉼터가 되길 바란다. 이 밖에도 어른들을 위한 피톤치드 가득한 음이온 산책길, 어린이들을 위한 주말 숲 체험학습을 통한 인성교육이 가능하도록 수목원이 조성 돼야 한다. 수목원을 천천히 거닐다 보면 달콤한 나무 향기를 타고 전해오는 숭고한 자연의 속삭임에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서 게 될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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