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칼럼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선진국에서 분권을 한 것이 아니라 분권을 해서 선진국이 된 것입니다” 염태영 시장은 지난 주 경기언론인클럽 초청강연회에서 ‘자치분권, 대한민국의 방향을 바꾸다’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염 시장은 지방분권운동을 20여 년간 꾸준히 펼쳐왔다. 또한 8년 간 시장을 역임하면서 뼈저리게 분권이 왜 절실한지를 현장에서 경험했다. 그래서 그의 지방분권론은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가 강할 수밖에 없다. 우리도 선진국을 가기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지방분권을 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을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유다.


자치분권이 이뤄져야 국가적 재난 사태에도 제대로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9·11항공기 테러와 세월호 사태를 비교하며 중앙집권적인 형태의 행정적 구조를 비판했다. 9·11테러 당시 전권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현장에 있던 관할 소방서장이었다. 즉시 현장에서 상황파악을 하고 명령을 내린 덕에 추가 인명 피해를 축소할 수 있었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세월호 사건과 같은 국가적 재난사태가 벌어지면 망원경으로 현장을 지켜보는 청와대의 지시만 기다리는 형국이었다. 국가적 재난이 터졌을 때 피해를 더 키울 수밖에 없다. 지방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은 지방이 우선적으로 수행하고 중앙은 지방의 자율적 운영을 보충하는 역할을 해야 마땅하다. 문제 해결 능력이 있음에도 지방정부는 현장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다못해 지역에 있는 국가 하천에 어떠한 문제가 생겨도 즉시 손댈 수 없다. 중앙정부 통제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게 현실이다. 


국가대응의 실패의 또 다른 사례인 메르스 사태를 설명했다. 메르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중앙정부만으로 해결이 어려웠다. 지방정부가 감염자 정보 공개를 요구했지만 거부했다. 시간싸움인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지방정부의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겠다며 권한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마저 거부했다. 뒤늦게 권한을 이양 받아 수원시는 즉시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자료공개와 대형병원에 대한 과감한 강제 폐쇄 조치를 했다.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통해 사망자는 물론 전파자 없이 메르스를 해결했다. 역학조사원도 1,300만 경기도나 115만 울산광역시나 획일적 정원규정에 얽매어 2명뿐이었다. 한심한 것은 125만이 넘는  수원은 그마저 1명도 없다. 얼마나 재난대비가 무방비인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검사 소요기간도 문제다. 질병관리본부에서 3일이 걸리는데 비해 수원시는 3시간 안에 자체검사가 끝난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재난이 아닌가.


수원시는 차량대수에 비교에 주차공간이 40%에 머물고 있어 턱 없이 부족하다. 주차지증명서에 의해서만 차량등록을 할 수 있게 조례를 제정해 이를 해결하려 했지만 헌법위반이라고 해 시행치 못했다. 결국 수원시 차들은 60%가 불법주차인 셈이다. 2천만 원하는 승용차를 위해 대당 7천만 원을 들여서 공용주차장을 만들어야 하는 게 수원시의 현실이다. 현행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조례의 범위를 ‘법령의 범위 내’로 제한하고 있다. 법률, 시행령 범위 내에서, 법령의 범위 내에서 조례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례는 중앙부처 장관보다도 더 아래이며 지침보다도 더 아래에 있다는 뜻이다. 조례는 지방정부의 사무 근거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에서는 입법역량 측면에서 오히려 부처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보고 있다. 자치입법권 범위가 지방분권의 내용을 결정한다. ‘법령의 범위 내’를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로 조례제정권을 확대해야 한다.


염 시장은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지방분권개헌”이라며 “지방자치를 권리주체로 보장하고 중앙과 지방 간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정책협의체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함이다. 지방정부를 중앙정부 출장소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현행 헌법개정을 통해 지방분권의 불씨를 되살려 대한민국의 방향을 바꾸겠다는 염태영 시장의 담대한 꿈이 반드시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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