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칼럼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수원문인협회가 큰일을 했다. 수원문학의 역사를 집대성했다. ‘작고문인 평전’, ‘수원문학 어제와 오늘’이라는 제하(題下)로 두 권으로 나눠 총 1,200페이지에 이르는 대역사(大役事)다. 깔끔한 46배판변형 하드카바(hard cover)양장본이 무게감을 더 해준다. 지난 세월 쌓아온 문학적 자산을 묶은 현 수원문협 박병두 회장의 두둑한 뱃심이 만든 작품이다. 이제껏 1만3천여명의 회원을 가진 한국문협은 물론 전국 220여개 시·군 문협 어디에서도 시도된 적이 없는 쾌거다. 또 하나의 수원문학의 역사(歷史)를 만들었다. 그간 ‘수원문학사’발간에 참여한 필진의 공력(功力)도 간과해선 안 될 듯싶다. 기록의 당위성을 절감하고 부족한 자료를 추적·발굴해 ‘수원문학사’를 아름다운 문체로 맛깔스럽게 완결해 준 집필이 더욱 돋보이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역사는 기록이다. 단순히 지나가버린 과거의 것이 아니다. 성과에 대한 체계적인 자료 정리는 수원문학의 미래를 열어가는 나침반이 된다. ‘역사는 전례(前例)가 가르치는 철학’이기에 그렇다. 인간은 역사적 존재이면서 관찰자다. 인류문명은 관찰자의 기록의 역사이며 축적이다. 대한민국 문인들의 정통문학단체인 ‘한국문인협회 수원지부이자 수원문인협회’가 창립 52년을 자축하며 기리는 뜻 깊은 산물(産物)이다.


문화민족일수록 기록을 중시한다. 수원문인들의 발자취를 더듬는 ‘수원문학사’는 소홀하기 쉬운 창작활동 자료를 하나하나 모아 총체적인 기록을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예술과 문화가 경쟁’이라는 시대에 수원문학의 발전적인 좌표를 마련하는 소중한 초석이 될 것이다. 이렇듯 ‘수원문학사’는 수원문학의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이며 미래로의 묵시록이다.


프랑스 작가이자 예술행정가 앙드레 말로는 “문학이란 인간의 운명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자 세상을 바로잡는 기준”이라고 했다. ‘수원문학사’발간을 계기로 수원문인들은 영혼을 깨우고 성장시키는 예술의 가치를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문학에서 창조적인 영감을 얻고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물에는 음양이 있듯이 수원문협의 활동도 공과(功過)가 있을 것이다. 대중의 시선이 집단에서 개인으로 이동하는 현재의 시점에서 볼 때 수원문협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수원문학사’ 발간은 수원문인으로써 자부심과 함께 수원문협의 위상을 한껏 높이는 쾌거임에 틀림없다. 원고 수집 작업과 출판비 마련 등 힘든 과정을 거쳐 대역사를 이뤘다. 수원문협을 여기까지 이끌어 온 문인들과 다음 세대를 이어갈 젊은 문인들이 계속 창작의 세계로 뛰어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문학은 시대정신의 표현이다. 사람들의 삶과 꿈을 반영하고 대변한다. 시대정신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간다. 문학의 통섭(通涉)은 낯설고 획기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 분야에 발 딛고 소통과 확장으로 새로움을 찾아가는 데에 있다. 문학은 모든 예술뿐만 아니라 인문학도시 실현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수원문학사’ 편찬을 계기로 문학의 고유한 가치가 인문학도시를 지향하는 125만 수원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바란다.


 물론 수원문학은 집대성된 ‘수원문학사’ 책이 전부가 아니다. 언제나 문학은 작품으로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학은 창의성을 키워주고 감동을 주는 힘을 가졌다. 또한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향토색 짙은 수원만의 문학세계를 구축해 이를 세계화하는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요즘 여름내 폭염과 싸운 시민들 삶이 팍팍하다. 이럴 때일수록 수원문인들은 문학작품을 통해서 시민들 마음에 위안을 주는 문학치유의 선도자가 돼야 한다. 자신의 내면 세계에서 숙성시키고 발효시켜 시민들의 잠자는 감성의 영혼을 일깨워 일상적인 눈으로 볼 수 없는 또 다른 세계를 거침없이 보여줘야 한다. 문학작품이 던지는 이 같은 지혜의 눈을 얻게 되면 시민들의 삶은 녹록해지리라고 생각한다. 수원문학의 미래를 향한 디딤돌을 놓은 문인들에게 축하의 박수와 찬사를 보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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