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칼럼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인류문화사의 수많은 선각자들은 생애를 통해 큰 가르침을 베풀어 왔다. 자신보다는 시대와 집단을 먼저 걱정하는 마음, 생명 존중, 인격도야 배움의 중요성 등을 천명하고 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지식과 정보만큼이나 교훈과 깨달음도 필요하다. 평소에 지식과 정보가 유용하다가도 어떤 난관에 봉착하거나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을 만나면 교훈이나 깨달음이 절실해진다. 한 번 심어 하나를 수확하는 것은 곡식이고 한 번 심어 열 배를 수확할 수 있는 것은 나무이며 한 번 심어 백배를 수확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라고 했다. 수원시가 자신의 희생 속에서 삶의 교훈을 남긴 이들을 들어내어 명예를 높였다. 


슬로건 그대로 수원은 사람중심 도시다. 언제나 사람을 앞세운다. 역사적으로 수원을 빛낸 인물을 드높이는 명예의 전당이 수원시청 현관벽면에 시 개청 70년 만에 처음으로 설치됐다. 뜻 깊은 일이다. 독립운동과 교육에 헌신한 수원의 선각자 김세환, 일제의 총칼에 맞선 의로운 수원 기생 김향화, 희망을 노래한 평화활동가 안점순, 19세의 나이로 순국한 수원의 유관순 이선경, 수원 화성의 이름을 되찾은 서지학자 이종학, 수원을 일깨운 근대교육자이자 독립운동가 임면수, SK그룹의 초석을 놓은 수원이 낳은 기업가 최종건, 탁월한 경영능력을 갖춘 SK그룹 제2 창업자 최종현 등 여덟 분이 주인공들이다. 이들 이름 석 자는 우리의 사랑이고 수원의 자랑이다.


지난 14일 시청 대강당에서 축하공연과 함께 선정 경과보고, 헌액 대상자 소개영상, 기념사, 사이버 명예의 전당 안내 순으로 헌액식을 가졌다. 이어서 자리를 옮겨 현관홀에서 명예의 전당 제막식이 열렸다. 선정된 여덟 분의 인물사진과 간략한 생애, 경력, 공적을 동판에 부조(浮彫)하여 게시했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다’라는 말은 명예의 전당이라는 존경을 받는 사람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나 기념관 등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말한다. 헌액은 공적을 인정받아 명예로운 자리에 올려지는 것을 일컫는다. 생애 업적과 숭고한 뜻을 널리 알리고 후세에 남기기 위함이다. 그간 수원시는 명예의 전당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하고 헌액 후보자를 공모해 선정위원회에서 여러 번의 심의를 거쳐 올해 첫 번째 헌액자 여덟 분을 선정했다.


헌액식에서 염태영 시장은 “명예의 전당 헌액자들은 수원의 명예를 드높인, 공적으로 귀감이 되는 분들”이라며 “명예의 전당은 우리 시민의 자긍심을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헌액식에는 임면수 선생의 손자, 최종건 전 SK 회장의 아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이종학 선생의 처와 딸 등 명예의 전당 헌액자들의 후손이 참석해 자리가 더욱 돋보였다.


“남을 거울로 삼으면 득실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정관정요에 나오는 말이다. 자신의 모습을 자기 스스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것을 보기 위해서는 맑은 거울이 필요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반드시 선인(先人)이 걸어간 역사적 경험과 교훈을 거울로 삼아야 한다. 명예의 전당에 부착된 여덟 분의 삶에서 얻을 수 있기에 더욱 값진 일이다. 인간의 역사는 반복된다. 그래서 역사는 과거의 기록이면서 미래를 위한 비전이 된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된다. 해마다 수원을 빛낸 인물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시민들의 사표(師表)가 되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도시는 사람이 만들고, 사람은 도시를 만든다. 선정해 헌액으로만 끝나면 안 된다. 더 많은 시민이,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올해 선정된 여덟 분의 활동과 공적을 자세히 소개한 책자를 발간 한 것은 이를 확산시키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수원시 홈페이지를 통한 사이버 홍보 역시 바람직한 일이다. 수원시 명예의 전당 인물사를 통해 125만 시민이 ‘수원시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역사의 증인이라는 뿌듯함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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