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칼럼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한 민족의 진정한 역사는 어느 인물의 이야기나 정치적 큰 사건들을 담은 기록물보다 생활 속에 면면히 흘러내려오는 문화유산에 숨어 있다. 고서(古書)를 뒤척이다보면 하찮은 휴지더미에서 뜻밖의 소중한 자료를 발견하게 되는 때가 이따금 있다. 문자메시지를 받고 호기심과 특이성에 끌려 화성행궁 공방거리 초입, 남창동에 위치한 ‘그림방 옥션 경매장’을 찾았다. 40평 규모의 지하 경매장은 한 눈에 봐도 전시된 골동품의 범주가 넓게 느껴졌다. 전적(典籍), 석조물, 고고(考古)자료, 무구(武具), 행정문서, 고미술품, 병풍, 서화, 공예품 등 다양하다. 크기도 소품에서 대작까지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날 경매에 나온 품목은 주로 근세문화유산이 대종을 이뤘다. 공방거리에 애호가 시민이나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에 좋은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개장해, 늦은 시간까지 진행되는 ‘라이브 무대’같은 느낌마저 갖게 한다. 10,000원부터 호가(呼價)가 시작된다. 큰 금액 아닌 것 몇 점이라도 자기 취향에 맞는 것을 옥션경매를 통해 샀다가 소장한 후 마음이 변하면 다시 옥션에 내놓으면 된다. 어려움이나 숙련된 기술 없이도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좋다. 늦은 시간 가족 나들이로 나와서 예술품 향취도 충분히 즐기고 품격 있는 재테크도 될 수 있어 안성맞춤이다. 또 다른 삶의 학습장이기도 하다. 


옥션(auction)경매는 어떠한 장소에 나온 물품을 가장 좋은 구입조건을 제시한 입찰 희망자에게 매각하는 절차를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값을 불러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구매자에게 판매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물론 구매자가 없으면 유찰(流札)된다. “예술은 우리들의 영혼을 일상의 먼지로부터 씻어준다” 천재화가 피카소가 한 말이다. 팍팍한 일상에 그림방 옥션 경매장을 찾아 우리 선현(先賢)들이 사용하고 즐기던 온갖 경매물을 옥션과정을 통해 맛보는 기쁨은 예상을 뛰어 넘는다. 아마 일상의 먼지를 털어내기에 좋은 시간이 될 듯하다. ‘어떻게 옥션경매에 참여하죠?’라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유명한 선수나 예술가도 처음에는 아마추어였다. 공방거리가 살아나야 한다.

서울 인사동 공방거리처럼 사람들이 들끓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도 공방거리에 수원 최초로 옥션경매장이 들어선 것은 반길 일이다. 평소에 민속품이나 골동품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은 옥션경매장을 찾아 응찰해 보는 재미도 색다른 체험이 될 것이다. 대전역사(驛舍)에 ‘성심당’이라는 유명한 빵집이 있다. 인기상품인 ‘튀김 소보로 빵’을 사기 위해서 빠듯한 열차시간에 마음 조리며 줄을 선다. 군산시내 옛 건물이 자리한 근처 빵집에서도 항상 줄을 길게 서 있다. 수원공방거리엔 왜 시민이 찾고 관광객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광을 볼 수 없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이젠 견(見)보다는 관(觀)이다. 그래서 관광(觀光)은 먹거리, 체험거리가 넘쳐나야 한다. 선현들의 기술이 온축(蘊蓄)된 골동품 속에서 맞는 예술적 포만감이 우리의 영혼을 따뜻하게 데운다. 옥션경매장이라는 공간에서 그런 예술적 여정을 펼칠 수 있는 것 또한 삶의 즐거움이 아닐까. 늦은 감이 있지만 뜻 있는 체험거리 하나가 공방거리에 들어섰다.


아쉬운 것은 옥션경매장의 환경이다. 지하인 탓도 있지만 애호가 시민들을 유인하기엔 환경이 턱없이 불비(不備)하다. 청결한 화장실과 환기시설을 갖추고 입구부터 깔끔하게 단장해 다루는 물품은 옛것이지만 그를 담아내는 바탕은 현대적으로 다듬어져야 할 것이다. 아직은 참여자가 전문 골동품 상인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데 애호가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애호가 시민들이 골동품의 진(眞)과 위(僞)를 감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매에 오르는 물목(物目)이 믿을 수 있고 양질의 품목이어야 애호가 시민들의 입소문으로 ‘그림방 옥션경매장’이 널리 알려질 것이다. 사라지고 있는 풍물(風物)들이 공방거리에서 되살아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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