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이 오지 않는 다음 날에는 늘 비가 왔다.그런 밤, 뒤척이게 하는 시간은 걱정거리들을 한 묶음씩 과제처럼 던져준다.걱정의 묶음을 살펴보면 지나간 흔적들에 대한 되새김이 분명한데 생각의 강은 잘 건너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돌고 돌아 그 자리를 맴돌면서도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은 매듭이 너무 꼼꼼 매어져 풀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아있기 때문이리라.언제나 그렇듯이 그 해답은 시간이 지나야 풀어진다. 그 문제해결이 됐을 때에야 무릎을 탁치는 전후좌우의 결벽증에서 벗어난다. 어제의 시간도 그랬다. 오른 손으로 어깨와 가슴 주위를 자꾸만
기고
정명희 시인, 수필가, 수원문인협회 고문, 경기문학인협회 회장
2024.04.18 09:30
-
나는 여행전문가가 아니다. 주로 자유시를 써 온 시인인데 2004년 여름 금강산을 다녀온 후 시(詩)마다 시작노트를 썼는데 양이 점점 커져 여행기가 되었다. 아니 시(詩)가 있는 여행기로 인터넷신문에 주1회 발표해 왔다. 학교에 다닐 때는 방학 때 다녀온 것을 정리해 발표했다. 발표하는 시점이 한창 근무할 때이니까 자주 학교를 비우고 떠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지금도 1박 2일로 다녀오면 5~6회 발표되니까 달포가 지나간다. 그러자 독자 중에는 제가 날마다 여행지에서 쏘다니는 걸로 착각하시는 분이 의외로 많다.예전엔 여
기고
안희두 시인, 수원문인협회 고문
2024.04.18 09:18
-
새벽에 흘러 나오는은은한 멜로디에 홀리듯 추억으로 리셋되었다떨리는 입술 꽉 깨물고요동치는 가슴 미어잡아도선명해지는 그날의 축축함 때론 일상에서 벗어나이상적 상상을 펼쳐 주는 감동에 나래를 뒤척인다허공에 흐르는 고요한 공기 뒤적뒤적 출렁이며날개를 펴고 날 것만 같은조연 아닌 주연을 꿈꾼다 작은 소리 하나로 운명이바뀌는 마음 갈림길작은 마음 하나로 생각이바뀌는 빛나는 시간새벽 노래 들으며작고 위대한 퍼드득 퍼드득 퍼득이는 꿈을 꾼다약력93년 수원생2012년 한국문인 등단건국대학교 졸업K연구소 선임연구원시평詩評오랜만에 최해준 작가의 시를
기고
최해준 시인
2024.04.18 09:05
-
confuse두 가지가 서로 헷갈리는 거예요.이게 저건 줄 알고, 저게 이건 줄 아는 거죠.멀리서 친구를 발견하고 냅다 뛰어 등을 탁 쳤는데, 얼굴을 보니 다른 사람이어서 민망했던 적 있죠?바로 이럴 때 하는 말이 I’m sorry. I’m confused you with someoneelse. 죄송합니다. 다른 사람과 혼동했네요.이때 왜 puzzled나 bewildered가 아니고 confused를 쓸까요?세 단어가 모두 헷갈리는 것이지만, 이것과 저것 두 가지를 놓고 헷갈리는 것은 confused의 뉘앙스이기 때문이에요.예시I
기고
한일 EBS영어 수석연구원
2024.04.15 17:10
-
언제부턴가 거실이 안방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거실은 답답하지 않아서 좋았다. 밖이 환히 보이는 느낌을 혼자만이 간직한다는 것만 해도 저절로 입 꼬리가 올라가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건 아주 자랑스럽고 은밀한 비밀이다.그는 커튼 치는 것을 싫어했다 커튼에 관해서 이야기 하려면 집을 짓는 일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결혼 한지 몇 개월도 안 돼서 우리는 토개공에서 분양하는 땅을 운 좋게도 추첨을 받았다. 그 일은 지금 생각해도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었다. 머릿속에는 누구의 노래처럼 ‘집짓고 꽃 심고 살림 차려서 세우자 새나라’ 하며 꿈같은
기고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고문, 경기문학인협회 회장
2024.04.04 18:10
-
산골에외롭게 피었어도 햇살이 안아주고바람이 쓰다듬고산새들 노래 부르고별빛이 눈 맞춰주니절대로 외롭지 않아 단지하냥 두려울 뿐이야 바람에여린 꽃잎 떨어지면잊힐까 봐약력2015년 풍경문학 등단2022년 수원문인협회 회원2023년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평(詩評) : 시인의 눈빛에서 우리는 무시로 시를 읽는다. 슬프거나 외롭거나 우울할 때, 시인의 마음이 우리에게 와 닿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박재성 시인은 시가 무엇인지를 알고 시를 쓰는 우리 수원문인협회의 보물이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그는 자신의 시를 묵묵히 쓰고 있다. 그리고
기고
마루 박재성 시인
2024.04.04 18:06
-
몸도 마음도 바쁜 아침 출근길앞에서 자동차학원 도로연수 노란 차가 신경을 건드린다.“왜 하필 아침 출근시간에 도로에서 민폐를 끼치나 하는 짜증나는 마음에 클랙슨 한번 누르려다 불현듯 나의 40년 전 면허증 땄던 그 시절이 떠올라 슬며시 혼자 웃었다.필기시험은 한 번에 만점을 받고 의기양양하게 합격했는데 실기시험은 몇 번 떨어져 필기시험도 다시 보고 전라도 전주까지 가서 겨우 합격했었다도로연수 처음 나간 날 옆자리 강사한테 지적당하며 핸들 잡아준다며 가슴에 와 닿는 불쾌한 접촉도 참으면서 수원에서 인덕원 사거리까지 운전해서 도착하고는
기고
한희숙 수필가
2024.04.04 17:55
-
precise‘자로 잰 듯이 정확하다’는 말을 자주 하지요?이런 어감을 주고 싶을 때 precise를 쓰면 돼요.뚜껑을 닫을 때 자로 잰 듯이 딱 맞게 들어가야 안에 있는 내용물이 새지 않죠. 그렇게 정확하고 정밀하게 잘 맞는 것을 precise라고 해요.그래서 물이 새지 않을 만큼 ‘딱 들어맞는 뚜껑 사이즈’는 precise cap size라고 하면 돼요.또 precise는 원본과 똑같을 정도로 조금의 오차도 없이 꼼꼼하고 정밀한 것을 말해요.그러므로 예전에 봤던 것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은 것을 봤을 때 This is pr
기고
한일 EBS영어 수석연구원
2024.04.02 12:24
-
거미는 재빨리 몸을 움칫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짓이겨질 거였으면 때를 알고 기다렸어야 했는데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계산으론 일어 날 수 없는 일이었다.그동안 나무가 많아 살기 좋았던 이 집에 조경사들이 들이 닥치며 목장갑을 낀 손으로 마당의 이곳저곳을 분주히 가리키고 있었다. 이내 요란한 기계음과 함께 튀어나온 가지와 무성한 잎이 거침없이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역시 그랬구나. 이럴 리가 없는데 웬일인가 싶었다. 망쳐진 거미줄은 축 쳐진 가는 끈 한 오라기를 힘없이 늘어뜨린 채 바람에 덜그렁덜그렁 그네타기를 하
기고
박혜선 수필가
2024.03.21 09:20
-
시간의 침묵은 늘 아슬했습니다돌아보면아무것도 잡지 못한 창백한 손무수한 생각만이 분주했던 길 시간의 고요는 늘 아득했습니다돌아보면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빈 그림자무수한 사념만이 소란했던 길 방향 모를 이정표촉수 낮은 더듬이 아! 세상에! 이제사 눈에 드느니 이순의 언덕저기 들판을 피고 지는풀꽃 같은 한 생애 순리의 생각이면 족한 것을저기 샛강을 흘러가는강물 같은 한 생애 겸손의 사념이면 족한 것을흔쾌히 그 길 걸어가야만 하겠다 가슴에 새겨보는 내밀한 다짐약력2016년 수원시의회 사무처장 명예퇴직(지방 이사관)대한행정사회 초대 경기남부
기고
한상담 시인
2024.03.21 09:15
-
세상에는 마침표들이 수없이 존재한다. 그 존재의 개수는 무의미할 수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 개수와 상관없이 큰 상관관계를 가지고 온다. 예를 들면 어떤 일을 마치고 난 후의 후유증으로 우울증을 앓거나 과대망상증에 사로 잡혀 주위사람들을 괴롭히기도 한다.일상의 마침표는 여러 모습으로 다가온다.제일 먼저 만난 처음의 마침표는 현재보다 조금 젊었다고 생각되는 지점에서 오랜 시간의 마감으로 예견된 일이었다. 옆도 보지 않고 스스로의 삶에 함몰된 세월이라 그다지 서글프거나 외롭거나 우울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렇게 생각되어질까 봐 두려웠을지도
기고
정명희 시인,수필가, 수원문인협회 명예회장
2024.03.21 09:05
-
flawless일을 잘했거나 작품을 잘 만들었을 때,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완벽하고 훌륭하다’는 말을 자주 하죠. 이렇게 흠(flaw)이 없이(less) 정확하고 완벽한 것에 flawless를 쓰면 의미가 딱 맞아요. 보고서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해서 flawless paper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보고서라고 하면 참 좋은 칭찬이 돼요.그 외에도 flawless work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작품, flawless speech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연설, flawless speaking 흠잡을 데 없이 정확한 회화와 같이
기고
한일 EBS영어 수석연구원
2024.03.19 13:35
-
“모든 일에 대해 계획을 세우며 상상력이 풍부한 전략가”... 내가 그렇다고?? 얼마 전 심심풀이로 해본 MBTI*라는 검사가 내 성격이 그렇다고 알려준다. 결과에 의하면 나의 성격유형은 INTJ-T이다. 친절하게도 이 검사는 나와 잘 어울리는 성격과 정반대인 성격유형까지도 안내해준다. 이제부터 사람을 만나면 성격유형이 어떻게 되는지부터 물어보아야 할 것 같다. 저와 잘 어울리는 성격유형이라니 반갑습니다. 죄송하지만 저와는 성격이 상극이라니 만나지 맙시다. 이래야 하나? 하긴 예전에도 과학적 근거나 신뢰성이 빈약한 ABO 혈액형으로
기고
이유준 수필가
2024.03.07 09:36
-
24절기의 하나인 경칩이 봄의 문턱을 넘어 산과 들의 만물을 깨우느라 야단이다. 그 소리 요란해서 어디 잠을 잘 수가 있느냐고 아우성인건 사람뿐이려나. 우수와 춘분 사이의 절기로 새싹이 돋는 것을 기념하고 본격적인 농사 준비를 하는 중요한 절기이다.잠자던 개구리도 놀라서 튀어 나온다는 경칩에 아침부터 설레이거나 놀람은 커녕 무료함 덕분에 느긋하고 길게 엎드려 있으려니 슬슬 배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묵직하고 무언가 걸린 느낌이 있는가 하면 메스꺼운 징조가 내리앉을 정도로 기분이 썩 좋지 않다.하는 수 없이 소화제 한 알을 입에 넣고
기고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명예회장,시인,수필가
2024.03.07 09:23
-
긴 겨울 기다림과 그리움하얗게 읽어 내리던 목련나무중력과 낯선 바람에 몸살 않는다 달빛아래 활짝활짝 피어나는백로들의 춤사위 어둠속 환히 빛나던 꽃이 지고 있다지면(地面) 위에 널려 있는 꽃 울음한쪽 귀 내어주고 말없이 듣는다 찬바람이 나무를 훑고 지나간다후두둑 후두둑 꽃이 빗방울처럼 떨어진다나무는 어제처럼 꽃길 만들어 놓고환하게 웃고 서 있다 비는 내리고 꽃은 떨어지고무슨 할 말 있는 듯하여 나는나무 아래 서 있다약력수원문인협회 회원열린시학 신인작품상 수상시집『그래도 꽃이다』동시조집 시평(詩評)아
기고
김애숙 시조시인
2024.03.07 09:15
-
slave노예처럼 일하는 거예요. 노예처럼 일할 때는 육체는 물론이고 정신도 종속이 돼서 일하게 돼요.그래서 slave라는 단어를 넣어 I work like a slave. / I labor like a slave. / I toil and moil like a slave.와 같이 말하면, ‘정신마저 종속되어 일한다’는 뜻이므로 그 노동의 강도가 심하게 느껴져요.간혹 힘들게 일하는 것을 과장해서 말할 때 I have to salve for a living. 나는 생계를 위해 노예처럼 일해야 한다.이라고 말하기도 해요. 예시It is
기고
한일 EBS영어 수석연구원
2024.03.06 09:18
-
늦겨울 봄을 재촉하는 빗소리가 지난밤을 예고편으로 축축한 한나절을 보내게 하고 있다.가끔 약간의 눈발도 함께 섞여져 찔끔찔끔 보챈다. 무엇을, 어쩌라고, 물음표를 점잖게 마음 한편으로 밀어 두고 어제의 약속에 끌려서 밖으로 향한다.그녀는 H증권의 사원인데 이재에 밝지 못한 주위사람들에게 세금계산이나 연말정산에 보탬이 되는 정보를 전해 준다. 늘씬한 키에 미모 또한 빠지지 않는 그녀는 외형에서 오는 매력보다 내면의 심성이 가히 일품이다. 잃어버릴 만하면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고 보험수가나 계약관계까지 확인도 해 준다.옛날 그녀는 잘나
기고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명예회장
2024.02.22 13:21
-
5년의 교육공무원생활을 하다가 퇴직했다. 그저 여유롭게 마음은 놀고 싶었다. 하지만, 한가하면 떠난 친구가 생각나 견딜 수가 없다.바쁜 일상이 내게는 최고의 약이라 생각된다. 다시 계약직으로 8년 째 출근한다. 아침에는 여행 가는 듯 분주히 일어나 버스를 탄다. 오가는 차들과 나날이 변하는 가로수와 도심의 풍경들을 구경한다. 퇴근 때는 관광을 다녀오는 기분으로 집으로 온다. 항상 이어폰을 끼고 강의를 듣고, 저녁 시간은 교재와 동영상을 들으며 공부한다.오늘도 출근하여 꽃들의 전당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따르릉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택
기고
권점늠 수필가
2024.02.22 13:18
-
동백나무 아래 머리 채 툭 떨어져도님 향한 붉은 순정 영원히 변치 않네첫날밤 하얀 이불 위에앵혈鶯血로 맺은 언약 눈보라 사납게 치던 밤 꽃피운 사랑이승과 저승도 갈라놓지 못하네동백꽃 백설에 깨어붉은 이슬 맺혔네2014년 대한 문학세계 등단한국문인협회 회원수원문인협회 회원이든 문학회 부회장시와 늪 문인협회 이사저서 : 『고래와 달』 『살아있는 것은 왜 뜨거운가』동인시집 : 16인의 사색노트, 문학 어울림시와 늪 작가상 수상제6회 홍재 문학상(대상) 수상시평(詩評)아침에 눈을 뜨니 기대하지 않던 함박눈이 하얗게 쌓여 환희를 부르고 있다
기고
김세홍 시인
2024.02.22 13:13
-
산다는 것은 본디 길을 가는 것이다. 청년들의 갈 길이 궁벽하고 살길이 궁핍해졌다. 청소년 때부터 무한경쟁으로 내몰린 오늘날 청년들은 연이어 닥쳐오는 학비난, 취업난, 주택난, 생활난에 시달린다. 그들의 가슴에는 어둠이 내리고 마음에는 길이 끊어졌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비사회, 위험사회로 내몰려 사랑이 메말랐고 희망이 사라졌다. 그들은 길을 잃고 방황하며 고통하고 분노한다. 청년들이 가야 할 길을 수원문인협회가 정론직필(正論直筆)을 추구하는 중부일보와 함께 찾아 나섰다.그 길은 마치 별을 찾아 바람을 거슬러 항해하는 청년들의
기고
김훈동 시인ㆍ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2024.02.22 10:03